설날 즈음에 현대사 관련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진작부터 구입해 놓았던 책들인데(어떻게 구했는지는 통모르겠다.)연속으로 읽게 되었다. 현대사를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되긴 한것 같은데 너무 늦은 독서는 아닌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읽은 것인지 모르겠다. 역사란 어자피 기록자의 태도와 사상에 많이 좌우 되지 않던가? 하지만 이 책들은 작가들 나름의 객관성을 유지 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도 부족한 점은 있겠지만...

 

 

 

 

남부군 읽기

 

새 해 들어 처음으로 읽은 책은 <남부군>이다. 진작부터 있던 책인데 설을 쇠러 갔다가 책꽂이에서 우연찮게 집어들고 읽기 시작해서 연달아 쉬는 동안 두 권을 읽었다. 책은 1988년에 발행된 2판이다. 검색을 해보니 같은 출판사에서 2000년 초에 다시 나온 책이 뜬다. 개정을 한거 같은데 내용에 큰 차이는 없을 듯 하다.

 

이 책은 해방 전후 활동한 소위 빨치산 중에서 주로 지리산 일대에서 활동한 '남부군'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지은이가 직접 빨치산에 몸담고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쓴 수기인 것이다.

 

책에서 남한 빨치산에 대해 개략적으로 다루고는 있지만 남한 빨치산의 전모를 소개하는 글은 아니다. 공식적인 남한 빨치산의 마지막이랄 수 있는 태백산 중심의 남도부(하준수)에 대한 얘기는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책으로 나온바 있다.

 

남부군은 정지영 감독에 의해 1990년에 영화화 되기도 했으니 20년이 넘었다. 안성기씨가 주연을 맡고 눈덮인 하얀 산속을 행군하는 빨치산들의 모습이 어렴풋 기억난다. 여하튼 20년이 훌쩍 넘어버린 <남부군>을 읽게 된 것은 어떤 계기도 없었다. 그야말로 우연이다. 아마 그 책을 나는 20여년 보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살아 남아있어(아직 안 읽은 책을 버리는 경우는 없으므로)읽게 되었으니 그것이 묘한 인연이라면 인연이랄 수 있는데, 큰 의미는 두지 않는게 좋을듯 하다. 한 해 한 해를 보내니 일상사에서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버겁고 부질없이 느껴진다.

 

설날에 정지영감독 오랜만의 작품인 '부러진 화살'을 보았는데, 법, 법조계에 대해서 새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전부터 법에 관심이 생겨 관련책을 여러권 구해는 놓았는데 언제 읽을런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이 영화를 보면서 두번쯤 운것 같은데, 한 번은 아마 너무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아 그것이 감격에 겨워 울었으리라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이래서 사람은 문화생활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감정의 고양이 너무 급작스러우면 몸이나 마음이나 좋지 않을것 같다.

 

각설하고,

이책을 보면서 김명수의 <지리산>를 참조했다. 남부군이 주로 지리산 쪽에서 활동을 해서 지명 등을 참조하려고 함께 보았는데 조금 도움이 되었다. 지리산이 남한일대에서는 제일 넓은 산악 지역이지만 유격활동을 하기에는 그래도 좁은 지역이다. 책에서도 남한 유격 활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남한땅의 좁음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읽고 있는 김성동 선생의 <현대사 아리랑>에서 남로당 계열의 인물들을 몇 명 읽었다.이현상, 이주하, 김삼룡 등. 남부군과 크게 차이나는 대목은 없는것 같다.

 

<남부군>의 지은이인 이태 선생은 결국은 항복, 투항, 전향한 셈이고 책에서도 빨치산 찬양 일변도의 얘기는 없다. 오히려 허무주의가 있고 어떤 대목에서는 잘못 알려진 사실을 알려주는 측면도 있다.(이것도 어쨋든 본인의 의견이지만...)여러모로 공부가 된다. 세월이 지나긴 했지만 우리 현대사는 아직이다. 이제 시작이다.

 

남부군, 끝내는 처절하게 당했다. 북에서도 철저히 외면했다.(남부군 총사령관인 이현상 묘는 북한 혁명열사릉에 있다고 한다.)

수천~수만의 넋들이 그야말로 중음신으로 구천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그 같은 결과는 원인이 무엇이고 누구의 잘못인가? 지도부의 전술오류인가? 남,북로당 사이 권력 투쟁의 희생양인가? 빨치산 투쟁이 현재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이념과 사상에 기울어 지는 것은 그래도 사람만이 저지를수 있는 짓이 아닐런지? 그것이 사람의 숙명인 것인가?  

 

 

 

 

 

 

 

 

 

 

 

 

 

 

남도부 읽기

이 책은 <남부군>보다 약 4년후인 1993년에 발행된 책이다. 아마 이때즈음이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생길 때가 아닌가 싶다. 소위 87년 투쟁의 성과에 따른 그것일 것이다. 이책도 <남부군>과 아울러 기록문학(르포르타주)이랄 수 있는데 <남부군>과 다른점은 지은이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고 다양한 자료와 사람들을 취재하여 기록한 결과물 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남한유격대 총사령관 남도부(본명 하준수)에 대한 일대기이다. 그는 일제의 징병을 피해 해방전 부터 산으로 들어가 유격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여 이후 해방정국에 이승만의 호위대장도 맡은 적이 있으나 결국 공산주의를 택하여 북한에서 유격투쟁을 연구하고 조직을 만들어 6.25전쟁시기에 후방교란의 목적으로 부대를 이끌고 별도로 침투하여 주로 태백, 영남지역에서 빨치산 활동을 한 사람이다. 그는 정식 인민군 군인으로 마지막에 생포될 시에는 인민군 중장의 계급을 달고 있던 사람이다.

 

책에서는 해방전후의 시대상황, 6.25전쟁 시기의 자세한 이야기, 남부군의 이현상과의 비교, 그밖에 잘못 알려진 사실들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되어 있다. 이현상과의 비교등을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어자피 완전 무결한 기록은 없지 않는가?), 몇 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접할 수 있었다.(남로당 숙청 등)

 

하준수는 김일성의 직접지령에 의해 '남도부'라는 작전명(6.25발발 10일경에 대구에서 인민군과 합류한다는 계획)을 하달받았으나 전쟁이 뜻대로 되지 않음으로 결국 빨치산 활동을 전개하다 주요 부대원과 생포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이다. 이현상과 달리 작가의 추측에 의하면 그가 전향한 것으로 오인한 북한측에서 열사능에 묘를 쓰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증언들을 종합한 결과 그는 전향하지 않았으며 죽을때도 '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해방후 이승만 정권의 친일잔재 미청산은 그로 하여금 일제 경찰 출신로 구성된 국군에게 잡혀 결국 목숨마져 빼앗긴 신세가 되었다. 이런 흐름은 사회 곳곳에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친일잔재 미청산에서 언제쯤 헤어날텐가?

민족주의자에서 공산주의를 거쳐 시체도 찾지 못하여 참나무로 대신한 묘가 그의 고향인 경남 함양에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지리산은 수많은 사람들을 품어 주고 있는 것인가? 그냥 품어만 주고 있을 텐가?

 

 

 

 

청와대 경호실 읽기

 

2권 짜리 인데 1권만 읽었다. (2권도 구해야 할텐데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 책은 박정희를 중심으로한 5.16군사 쿠테타 부터 그가 3선 개헌안을 통과 시킨 1970년 초까지를 다루고 있다. 박정희 정권의 이곳 저곳 중 권력의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청와대 경호실을 중심으로 여러 정치적 사건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박정권때는 크게 두명의 경호실장이 있었는데 초창기가 박종규이고 마지막이 그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 차지철이다. 이 1권은 주로 박종규때를 다루고 있다.

박정희의 쿠테타 준비과정, 거사일, 그 후의 반쿠데타 등 여러가지 다양한 사건들이 그래도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도 기록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으리라. 박정권은 매우 빠르게 권력과 돈 맛을 들였고, 그것의 중심에 경호실, 중앙정보부 등이 있다. 중앙정보부의 패악질까지 다루자면 책 몇권이 더 필요하리라.

3선 개헌안을 통과 시킬 즈음의 박정희는 권력의 단맛에 중독된 상태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유신헌법을 통해 영구 집권을 꾀하자고 했으며 결국은 부하의 총탄에 쓰러지고 마니... 그가 남긴 많은 죄업중 가장 위험스러운 것은 국민들을 민주주의적 삶을 생각치 못하게 하는 꼭두각시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친일 행각은 여전히 계승되어 사회 곳곳에 암적인 존재로 퍼져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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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3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진 화살>은 정말 요즘 이슈화되었더군요.
왜곡이다 아니다 하면서요. <도가니> 같은 경우는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확실하지만,
<부러진 화살>은 더욱 쟁점화가 될 만한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렇게 말하면 꼭 영화본 거 같죠? 에휴휴.

너무 오랜만이셔염. 바쁘신걸까요?
건강하게, 늦었지만 즐거운 일 가득한 새해 되셔요.

쉽싸리 2012-01-31 14:58   좋아요 0 | URL
관심이 있어, 영화를 본다음에 담당 변호사인 박훈씨의 인터뷰 등을 보기도 했어요.
제일 이해가 안가는 것이 석궁으로 맞았다는 상처가 매우 경미하다는 거죠.(사실 그 상처도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지만요)
제가 볼 때는 여러가지 면에서 법원의 판단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봅니다. 간단한 혈흔 대조 조차 안하다니요! 이해 하기 어려워요. 이러니 사람들이 몰리죠. 설날 아침 첫 시간인데도 극장이 꽉차더군요.

바쁘긴요...마녀고양이님도 즐거운 일 많이 만드세요.

페크pek0501 2012-02-1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진 화살>을 볼까 하다가 <댄싱퀸>부터 봤어요. 부러진 화살은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고,
또 경쾌한 영화를 보고 싶었으므로... 앞으로 부러진 화살도 볼 예정이에요.

책으로 현대사를 들여다보는 것, 의미 깊은 작업 같네요. ㅋ언제쯤 이런 시간이 날까, 싶네요.
글 잘 읽고 가요. ㅋ

쉽싸리 2012-02-14 19:0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래도 개봉영화는 극장에서 보시는 편인가봐요?
저는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영화 였어요. 그래서 더 감흥이 있었나 봅니다. ㅎㅎ

하두 안 읽은 책들이 많아서 이것 저것 살펴보다 건졌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