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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트라우마 - 소득 격차와 사회적 지위의 심리적 영향력과 그 이유
리처드 윌킨슨.케이트 피킷 지음, 이은경 옮김, 이강국 감수 / 생각이음 / 2019년 3월
평점 :



不平等
이 책은 사회문제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전문서적이다. 지난 2009년 출간 된 <평등이 답이다>에서는 빈부 간의 소득격차가 큰 사회에 사는 사람이 비교적 평등한 사회에 사는 사람보다 각종 건강문제와
사회문제에서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소득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기대수명은
짧은 반면 영아 사망률, 정신질환, 약물 사용, 비만 인구 비율은 더 높았다. 불평등이 가난한 소수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체 인구 대다수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평등한 국가에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지의
여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커다란 소득 격차가 모든 구성원을 지위 경쟁과 불안이라는 사안에 어떻게 더 깊숙이 빠뜨리는지가
관건이다.
이번 신작인 <불평등 트라우마>에서는
사회역학, 진화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 최신의 연구들을
집대성하여 불평등이 일으키는 문제들을 고발하고 그에 맞서기 위한 노력을 촉구 한다.
불평등은 사회적 평가에 대한 위협을 강화시켜 지위 불안과 스트레스를 심화시키고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불평등한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술에 빠지고 도박이나 쇼핑에 더 많이 중독되는 이유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사회적인 만남과 상호작용을 더욱 피곤하게 생각하고, 공동체 활동과 신뢰가 낮아져 사회적 통합이 저해된다.
불평등은 환경을 포함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도 가로막고 있다. 우리는 불평등으로 인한 불안과 위계를 더욱 강화할지 아니면 불평등을 극복하여 사회적 협조와 행복을 추구할지
선택해야 하는 전환기다. 저자들은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노동조합과 소득재분배의 강화와 같은 정치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본인의 급여에 대한 만족도는 그 급여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타인과 비교했을 때 어떤지에 결정된다는
조사는 셀 수 없이 많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걱정은 흔히 사회적 지위에 대한 판단과
불안감이 서로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 불과 40년전인 1980년 불안과 연관된 정신장애를 앓는 미국인은 전체 인구의 약 4%였지만
현재는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현대 시장민주주의 사회는 ‘능력주의’사회이고
계급 위치가 능력을 반영한다는 믿음은 신분차이가 정당화되는 이런 사회가 어떤 의미에서 공정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 결과 낮은 사회적 지위는 한 층 더 개인의 무능과 실패를 의미하는 표식처럼 간주된다. 이는 사회적 위치를 근거로 사람의 능력과 지성을 판단함으로써 나은 사회적 지위를 더욱더 비하하는 광범위한 경향을
강화시킨다. 더욱이 이런 경향은 타인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지성과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거나 꺾기도 한다.
빈부 간 소득 격차가 큰 국가에 사는 사람일수록 지위 불안을 겪기 쉽다. 개인의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불평등한 사회에 사는 사람일수록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고 판단할지를 더 많이 걱정하게 된다. 이런 불안이 스트레스 호르몬 수준에 특히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불평등이
클수록 최상층에 있는 사람은 대단히 중요하고 최하층에 가까운 사람은 거의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거의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그 결과 지위로 상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늘고 타인이 내가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할지를 더 걱정하게 된다.
우울증, 정신병적 증상, 조현병(schizophrenia), 자기애성 기질이 모두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더 비번하고 유의미하게 발생한다. 불평등이 정신건강을 해치는 이유는 국가가 보건의료 체계에 지출하는 액수가 아니라 불평등이 사람들의 감정과 사회
관계의 본질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사회의 우울증과 불안을 이해하려면 개인적인 취약성에 대한 이해와 전체
사회나 문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우울증과 불안은 인류의 발달 과정의 일부이며 진화적 유산의 일부이므로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타고난 반응처럼
느껴진다. 지배행동체계(Dominance Behavioural
System)를 이해하면 인간이 타인의 평가에 왜 그토록 민감한지, 계급과 지위에 왜 익숙한지, 유아기의 빈약한 애착이나 청소년기의 거부와 따돌림, 주변 사람들에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과 같은 개인의 경험이 왜 일부 사람들에게 복종과 종속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불평등한 유럽 국가들에서는 빈자와 부자 모두 이웃과 노인, 이민자, 환자와 장애인을 도우려는 의자가 약하다. 불평등한 국가의 국민들은
높은 지위를 얻고자 더 열심히 애쓰기보다 자신의 앞길을 막고 있는 불평등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에 좌절한 것처럼 보인다.
불평등한 국가일수록 자기고양적 편견(self-enhancement bias)이
증가하는 현상과 실제 사망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건강 인식률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는 역설적인 경향은 모두 사회적 평가 위협의 증가와 이에 대한 반응을
반영한다.
불평등이 증가하면 사이코패스 성향을 나타내는 사람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그런 성향이 훌륭하다거나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경쟁이 협력보다 중요해 보이는 치열한 경쟁 환경을 만든다.
평등한 국가에 사는 사림일수록 더 기꺼이 남을 돕고자 한다. 본인의
소득과 무관하게 불평등한 국가에 사는 사람일수록 남을 돕는 일에 소극적이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어떤
계층(상류층, 하류층)에
속하느냐에 따라 사회 관계의 질과 경험하는 역경이 엄청나게 다를 수 있다. 그 결과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후생적 차이가 나타난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폭력이 더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지위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무시당했다고 느끼거나 거의 동등한
사람에게 실제 혹은 가상의 모욕을 받았을 때 자기 위치에 대한 방어가 훨씬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들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국제통화기금(IMF)은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자극제가 되기는커녕 경기침체와 불안정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소득 불평등이 커질수록 사회적 이동은 감소한다.
타고난 능력이 이른바 능력주의 위계에서 인간이 어디에 속하게 될지 결정한다기보다는 애초에 사회적 위계에서 가정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가 명백한 아동의 능력과 향후 사회적 지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가정이 오랜 기간 동안 빈곤에 시달릴수록 상대적 빈곤이 아동의 인지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이 점점 심각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 연구도 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여론 분위기가 냉정하고 관대하지 않으므로 경범죄로도 수감되고 형기도 길어진다. 불평등한 국가일수록 형사처분 대상 연령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불평등한 국가일수록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불평등으로 인한 다섯 가지 문제들
①불평등은 사회적 기울기가 나타나는 문제를 악화시킨다.
②불평등은 사회통합에 영향을 미친다.
③불평등은 사회결속력에 영향을 미친다.
④불평등은 지위 불안을 증가시킨다.
⑤불평등은 소비주의와 과시적 소비를 강화한다.
책의 마지막은 새로운 경제적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과 평등의 확대를 주장한다.
이것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전제조건이며 장기적으로는 경제 민주주의를 확대해야만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임을
강조한다. 과연 미래의 불평등은 앞으로 점차 줄어들지 아니면 더욱더 심해질지는 예측 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현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대비하고자 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