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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60호 - 2009.가을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한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다. 그것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2009년 문학동네 단편소설 부문 신인상 수상작인 '제니'(기준영 작)를 본 후의 내 기분이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나는 가까운 이에게 이 영화에 얼마나 내가 매료되었는지 설명하고 싶어지곤 하지만 번번이 말이 막혔다. 그것은 영화를 보든 책을 읽든 간에 궁극으로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라는 질문으로 정리해오던 오랜 습성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감독은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다는 거냐", 똑떨어지는 주제를 찾아야만 제대로 읽은 거고 제대로 본 것 같다. 그걸 찾아야만 누군가를 설득하는 논거가 될 것만 같다.
이러니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내 마음의 흔들림과 내 몸의 중력이탈 느낌을 전달할 수 없다.
기준영씨의 당선작 '제니'를 읽고 관계없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끌어들인 것은 바로 딱 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호감은 이 소설이 영화적이라서가 아니다. 영화적인 것은 이 소설의 한 특징 중의 하나다. 장면 장면이 보여지는 그 이면이 내게 다가올 때 내 마음은 흔들린다. 이 작품은 말하지 않고 보여주면서 읽는 독자를 흔들리게 하는 힘을 가졌다.
제니의 일상은 전지자 시점을 가진 것처럼 화자의 나래이션으로 보여진다. 통상적인 시점의 상식과 거리가 있는 것이다. 부모를 홍희, 석주라 이름을 부르고 이모아 이모부를 안나와 용식이라 부른다. 이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장치들이 도발적이고 톡톡튀는 진술들과 어울리는 데에도 어색하거나 과잉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심사평을 보니 수상작 선정에 세 편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한다. 나머지 두 작품도 무척 궁금하다. 아마도 언젠가는 좋은 작품으로 등극을 하겠지. 기준영씨의 좋은 작품들을 앞으로 많이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