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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간다 옛날옛적에 1
김용철 그림, 권정생 글 / 국민서관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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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간다’? 제목만 봐서는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심드렁한 얼굴로 문을 나서는 할아버지에게 눈동자도 보이지 않는 웃음으로 인사를 하는 할머니. 표지 그림, 그것도 참 모를 일이다. 웬 둥그런 우물 안에서 누가 날뛰는 것 같은 모양. 뒤표지 그림, 그것도 참 모를 일이다.(사실 우물이 아니었다.) 그렇게 이 책은 궁금함이 책을 열게 한다. 아, 또 하나, 진짜 ‘제대로’ 표현된 표지의 할아버지 할머니 표정 또한 책을 훌훌 넘겨보게 만든다.

이 책은 사이좋게 지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집에 누군가 찾아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찾아온 이가 ‘훨훨 (날아서) 간다’. 새도 아니고 연도 아닌데 ‘훨훨’ 소리가 나는 듯 그 모양새 그대로 나갈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우선 이 책을 사볼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재미있어요!” 하고 외치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 그림이 아주 제대로예요!” 하고 외치고 싶다. 정말 그 느낌 그대로 ‘킥킥킥’ 웃으며 ‘으응~’ 하며 글을 읽고 그림을 본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정겨운 표정과 둘 사이에 흐르는, 뚝뚝 떨어질 듯한 애정이 사람 사이가 어땠으면 좋겠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책 자체가 정겹고, 뽀얀 종이에 정성을 다해 그렸을 정감 어린 색감의 그림이 화가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해준다. 그림 그리느라 수고 많으셨다고, 참말 잘 그리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물론 이 책을 이렇게 만들어낸 편집자들도 수고가 참 많았을 거다. ^^) 그러고 보니 이 책, 애정으로 똘똘 뭉친 책이다. 하긴, ‘훨훨’ 날아서 집을 나간 그 사람에게도 우리는 정을 느낄 판이니까. 아휴, 지금 다시 펼쳐 보니까 그 사람의 얼굴 표정 또한 압권일세.

글이 별로일 가능성이 많은 그림책에서, 글이 재미있고, 그림이 그 글을 이렇게 잘 살려줄 때, 그때 그림책의 진가가 들어나는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글을 읽고 등장인물의 표정을 읽는 것이 진정 즐거운 일이 될 거다.(아이들이 이 책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또 다른 이야기에 얼마나 감정이입될지는 미지수지만.) 기분이 ‘훨훨’ 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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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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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던 고양이. 그리고 죽어도 온전히 죽지 않고 백만 번이나 되살아나, 백만 년의 세월을 살아온 고양이. 이 고양이는 자기 목숨 그대로, 그것 그대로 충만하게 살다 죽지 못하고 자기 주인들 삶의 방식 때문에 죽는다. 매번 그랬다. 주인들은 고양이가 죽으면 슬프게 울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결국 그 주인들 때문에 죽은 거다. 주인들이 자기 방식대로만 고양이를 사랑하다, 그 방식대로 죽이고 말았다. 내 삶의 방식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것, 고양이 주인들은 그게 슬퍼서 울었을까? 단지 고양이의 죽음, 그 단절 때문에 울었겠지?(고양이에게는 단절이 아니었지만)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자기만을 좋아했던 고양이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아름다운 고양이가 자기 사랑을 받아줬고, 그들은 그 목숨 그대로를 충만하게 온전히 살아냈다. 존재 그대로 살아낸 것이다. 그것이 가장 정직하면서도, 자기 목숨이 부르는 삶일 테다. 그렇기 때문에 백만 번 되살아난 고양이도 소리 없이 목숨을 다했다. 다신 되살아나지 않았고, 충만했던 삶을 그만 마쳤다.

결국 사랑을 할 수 있고서야 윤회를 끊고 온전히 죽을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여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처음 읽었을 때엔 그런 생각보다는, 주인의 삶의 방식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 고양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바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다. 우리는, 나는 내 삶의 방식대로, 바로 그것대로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그 대상을 결국은 죽이고 있는 게 아닌지…. 물론 이런 생각도 한다. 나는 또 누군가에 의해 그이의 삶의 방식대로만 사랑받고 있어서 그거 때문에 죽음을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거여야 할까. 계속되는 고양이의 죽음이 소개되는 앞부분을 보며 나는 그런 고민을 했다. 나는 누군가를 내 식대로 사랑하며 죽이고 싶지 않고, 또 남의 식대로 사랑받기 때문에 죽음을 당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되나. 우리는 남의 자리에 서는 연습을, 내가 내 자리에만 서 있지 않은지 반성하는 연습을, 해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내 식대로 사랑하는 것이 내가 상대를 제대로 사랑하는 것인 줄 알며 살고 있다. 자기 삶의 방식을 찾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누고 다듬으며, 그 목숨 그대로 함께 살아내 삶을 일궈가는 것. 그러고픈 마음이 세게 든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다. 그림도 매우 좋고, 두고두고 보면 좋을 책 같다. 강한 눈빛의 고양이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뭔가 생각하게 된다.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 같다. 읽는 이의 삶이 어떤 감상을 끌어낼지 결정할 거다. 어! 그렇다면 우리는 자기 삶의 방식대로만 이 책을 사랑하게 되는 건가? 그렇지 않겠지. 이런 서평들 보면서, 또 아이나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이젠 그럴 수 있을 테니까. 아이들도 자기 삶이 있으니, 그것 그대로 읽고 뭔가 생각할 거 같다. 그림만으로도 좋아할 거 같고. 그러면 두고두고 또 볼 테고. 히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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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맛있어 어린이 들살림 1
도토리기획 엮음, 양상용 그림 / 보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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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들살림’이라는 시리즈 이름이 붙어 있는 책이다. 일단은 이 시리즈로 다른 책들이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들살이를 어떻게 하는지, 들에서 사는 고구마가 어떻게 자라 우리에게 오는지, 그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려는 책이다. 한 해 동안 진이네 가족이 고구마 싹을 틔워 순을 고르고 밭에 심고 다시 거두기까지, 그 과정을 죽 보여준다.

이 책은 말이 정겹고 그림이 정겹다. ‘고구마’라는 말 자체가 되씹어 볼수록 정이 가는 말이라서 더욱 그렇다. 고구마나 감자를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을 거다.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을까? 제목이 내용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물고구마는 그리 맛도 없는걸? ^^;

이 책의 내놓을 점은 그림 같다. 순박한 이들이 일하고 먹고 사는 모습이 잔잔하게 담겼다. 그림만 보면 나도 그런 곳에서 날 것 그대로 흙과 함께 살고 싶다. 지지리 궁상일 테고 그림에 잠겨 보이지 않는 촌티나 힘겨움이 빡빡하겠지만, 그대로 어떤가. 그렇게라도 제 생명력 그거 하나로만 정직하게 사는 동식물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참 좋지 않은가. 그림책 하나 보고선 어떻게 그런 감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냐구? 그렇게 묻지 말지, 나는 절박해서 말하는 건데….

암튼 그림에서 보여주는 삶 자체만 두고 볼 때 나는 ‘고구마가 맛있어’라는 제목보다는 ‘나 이렇게 살고 싶어’가 더 좋겠다. 내가 ‘고구마는 맛있어’를 읽은 느낌에 달 제목인가?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진이 생활이 자기 생활이랑 다르다는 점만 확인하지 않고 ‘어 재밌겠다, 맛있겠다’고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럴지는 잘 모르겠네…. “엄마, 고구마 먹고 싶어!” 이렇게만 말해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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