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여인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동무 12
김진경 지음, 장해리 그림 / 우리교육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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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읽었는데 실망이 크다. 머리말에서도 글쓴이가 밝혔듯이, 이 작품은 세 가지 옛이야기를 엮어 탄생시킨 것이다. 그런데 옛이야기 적용에도 문제가 있어 보이고, 새로 탄생한 작품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먼저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를 빌려온 부분. 이 이야기는 제대로 되살리지 않으면 그저 남성에게 복종하는 여성을 그려내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그래서 재화가 어려운 이야기이고, 하려면 잘해야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새로운 감각으로, 섬세하게 재화하지 못했다. 옷을 훔쳐간 남자한테 끌려가 웃음이 끊이지 않게 행복하게 살고, 그 남자를 지아비로 이토록 끝까지 모시는 백조 여인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리고 주인공 남자가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도 문제가 많다. 일단 재미도 없고 기발하지가 않다. 옛이야기의 맛이 나지 않고 그저 그러그러한 어려움과 그러그러한 극복을 합쳐놓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심장을 꺼내야 하는 과제를 해낸 건 웃음까지 나게 한다. 하늘의 임금은 그 정도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바보란 말인가(그렇다면 돌 심장을 꺼내라는 과제는 왜 부여했으며, 시녀가 도와준 건 그저 단순한 거짓말인 것뿐인 건가).

또 백조 여인이 남자를 돕는 것 또한 아주 생뚱맞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백조 여인은 도술을 부릴 줄도 알고, 그때그때 필요한 무언가를 원래부터 갖고 있거나 미리부터 닥칠 상황을 잘 알고 있던 게 된다. 왕을 찾아낸 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또렷하지도 않으며, 갑자기 도술을 부려 남자를 작게 만들고 비단 조각과 군대가 들어 있는 상자를 내놓은 건 주인공 남자를 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멀리 내쳐버리는 느낌을 준다. 왕과 싸우는 대목에서는 남자가 한 게 아무것도 없고 그저 여자가 다 도와서 된 거다. 이런 게 옛이야기에 나오는 위기의 극복일까? 이야기의 주체가 완전히 비주체로 되는 게 옛이야기식 위기 극복일까? 다른 이의 도움이 있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기 의지와 모험이 수반되는 게 옛이야기의 위기 극복 아닐까?

옛이야기와 신화를 공부하고, 거기 담긴 원형적이면서도 풍부한 상상력을 새로운 이야기에 담아 요즘 아이들에게 들려주려는 시도는 참 좋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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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캄과 메오 초승달문고 9
김송순 지음, 원혜영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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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모캄의 아픔이 가슴으로 스며들어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픔까지 확대하여 느낄 수 있게 한다. 모캄과 메오의 만남과 관계가 마냥 낭만적이거나 계몽적이거나 행복하지만은 않게 그려진 점도 좋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모캄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픔을, 모캄과 메오의 이별의 쓰라림을 적당히 느끼면서 가슴 아파할 듯하다. 가슴 한번 시려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좋을 작품이 아닐까. 또 짧게 쳐가는 단순한 문장과 구성, 단순하고 적절한 인물 설정과 등장도 저학년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춘 듯하여 읽기 편했다. 그림도 작품의 감정과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다만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이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사용자의 관계(이를테면 불법체류라는 걸로 발목 잡는 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그것이 작품을 읽을 때 어느 정도 작품 이해로 나아갈지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 외국인 노동자 얘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니까 잘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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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도서관 사계절 저학년문고 33
박효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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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떻게 읽을까 무척 궁금한 책이다. 사실 표지나 제목이 지닌 매력이 크다. 곤란한 표정으로 어렵사리 뻔한 일기를 쓰고 있는 표지 속 아이는 '삶'과 '글쓰기'에 대한 통찰 없이 억지로 거짓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수많은 아이들을 대표하기에 눈길을 끈다. 그리고 '일기'라는 아이템 자체가 아이들에게도 그렇고 부모들에게도 그렇고 무언가 이야기될 만한 거리를 끝없이 생산해내는 것 가운데 하나이니,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보고 작가가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려 그 두 세계를 넘나드는 일차원적인 세계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유아기 아이들, 취학 전 아이들이 공감해서 볼 만한 '유년동화'가 아니다. 분명 어느 정도 소설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는, 현실에 대한 명백한 인식이 전제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세계와 판타지세계에 대한 작가 나름의 인식과 함께 작품 안에서의 판타지적 리얼리티, 내적 진실 같은 것이 확보되어야 맞다.

 

헌데 이 작품에 나오는 '일기 도서관'과 '일기지기'라는 판타지공간과 그 공간 안에서 설정된 인물은 마치 현실세계에 '실재'하는 공간과 인물인 양 서술된다. 현실세계에 사는 민우뿐만 아니라 벼리와 담임선생님도 그 판타지공간과 인물을 현실공간과 인물인 양 만나고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이는 그 학교, 아니 그 학교 밖 사람들도 누구나 다 그 판타지공간과 인물을 '실체'로 경험할 수 있음을 뜻한다.) 현실세계와 판타지세계의 경계가 심리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설정되어 있고 그 두 세계의 관계에 대한 나름의 장치가 작품 안에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게 없이 그냥 떡하니 현실세계에 실존하는 판타지공간를 그려놓았으니, 그 판타지공간을 '실체'로 이해해야 되나 '뻥'으로 이해해야 되나.

 

결국 작가는 그저 판타지공간과 인물을 설정만 해놓았지, 그것이 현실세계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또렷한 대답을 명시적으로든 암시적으로든 제시하지 않은 채 작품을 끝내버렸다. 아무런 단서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저 단순한 생활이야기로 끝내버린 것이다. "이런 게 있어!" 하고 자기 상상을 글로 표현해놓았을 뿐, 그 자기 상상에 대한 나름의 해명이나 리얼리티 확보를 위한 노력 없이 "그냥 그런 거야!" 하고 독자에게 강요하고는 발을 싹 뺀 꼴이랄까.

 

작가는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판타지공간을 현실세계 안으로 가져와서 그 경계를 허물어버려도 된다고, '동화'란 그래도 되는 거라고 오해한 것 아닌가 한다. 그 오해 덕분에 자기 작품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문장에 현재형과 과거형 어미가 섞여 나오면서 기본은 현재형으로 가는 듯한 표현이 좀 거슬리고 어색하다. 아참, 의문 한 가지. 민우는 벌 서는 것 때문에 도서관 청소를 하는데, 칭찬만 받는 벼리는 왜 만날 도서관 청소를 하는 거지? 벼리가 원래 그곳 청소 담당이고 민우는 벌로 그곳 청소를 돕는 거라 해도 납득이 안 된다. 어차피 둘 다 같은 청소를 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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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꼬마 자전거 - 가교 어린이책 7 가교 어린이책 11
남찬숙 지음, 조형윤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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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양새, 특히 그림만 보고는 기대를 거의 안 한 작품(거의 무시 수준). 그런데 기대 이상의 감동을 받은 작품(거의 감탄 수준).

‘죽음’이라는 문제를 아주 쉽게, 단순하면서도 의미의 깊이나 폭은 넓게, 지루하지 않게 그렸다고 본다. 단순하고 쉬운 글이 일단 읽기를 무척 수월하게 해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고, 자전거가 들려주는 이야기라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따라가며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줄 것 같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별이나 집착, 이런 문제까지도 자전거의 심리에 담아 낯설지 않으면서도 낯설게 잘 형상화했다고 본다. 우리 작가들이 이 정도만 써줘도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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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랑 주식회사 느림보 동화 9
손정혜 지음, 심미아 그림 / 느림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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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신선하게 읽었다. 큰 욕심 없이 서술해 나가는 점이 일단 마음에 들었고, 그야말로 다정다감한 이야기일 것만 같은 제목과 표지와는 달리 아이들의 어두운 면, 동화에 쉽게 나오지 않는 부분도 건드린 것 같아 기본 점수를 주고 싶다. 또 이야기 속 아이들이 자기 경험을 어른의 경험으로 넓히다가, 한 번은 실수에 따른 어려움을, 또 한 번은 희망 어린 선택을 겪게 한 점이 독자 아이들에게 전하는 바가 있을 거라 본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가끔 불필요하거나 어색한 얘기도 나오고, 수위가 문제였다 뿐이지 그야말로 어느 정도는 다정다감하고 착한 이야기로 끝난 건 맞긴 하기 때문이다. 터부시되는 부분에 대한 솔직함이 기본 점수를 줄 만했지만, 따져보면 더 깊은 바탕엔 아무래도 현실에 대한 낭만적 지향이 놓여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속이 시원하진 않았다.(근데 그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한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 아이 부모가 목사님 부부라는 설정은 꽤 신선했다고 할까, 그랬는데, 그 점이 작품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인물 설정 선에서만 그치다가, 막판에 “…다 너희 교회에서 결혼을 한대. 그러면 행복하게 잘 살기 때문이래.”라며 개신교에 투신하는 듯하여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그림이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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