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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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의사 전달이 가장 중요하며, 대필가는 서도가와 다르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츠바키 문구점」中 27p.

 
도쿄 근교에 위치한 가마쿠라. 그곳에는 츠바키 문구점이 있다. 이름 그대로 겉으로는 평범한 문구점 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곳은 아름다운 손편지로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을 대신해서 전해주는 '대필가'가 편지를 써주는 곳으로 편지 대필이라는 간판을 내걸지 않아도 알음알음 손님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주인공 포포는 어린 시절 부터 대필가인 선대(포포는 할머니라 부르지 않고 선대라고 부른다..)에게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받으면 자랐고, 그러면서 선대께 반항을 하고 갈등을 겪던 시기도 있었지만, 선대가 돌아가신 뒤 그의 뒤를 이어 다른 사람들의 차마 쓰지 못한 편지를 대신 전하게 된다.
 
대필이라고 해서 그냥 편지만 대신 써주고 전해주는게 아니다. 찾아오는 사람들 저마다의 사연을 충분히 듣고 그의 성격과 말투, 상대방의 기분 등 모든 요소를 세심하게 살핀 뒤, 편지를 쓰는 자세 부터 시작해서 어떤 필기구로 쓸 건지, 편지지의 종류와 봉투는 또 어떤 걸 선택할 건지, 우표 모양,  종이 재질, 먹의 색깔 등등 세심한 노력을 들인다. 어찌보면 단순한 일일 테고, 또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포포는 자신의 업에 대한 경의를 가지고 편지 한장 한장에 마음을 담는다.
 

그러나 간단한 일일 텐데 글씨가 마음대로 써지지 않았다. 생각한 대로 글씨가 매끄럽게 써질 때도 있고, 백 장을 써도 이백 장을 써도 도저히 감히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요컨대 글씨를 쓰는 행위는 생리 현상과 같다. 자신의 의지로 아무리 예쁘게 쓰려고 해도, 흐트러질 때는 어떻게 해도 흐트러진다. 몸부림치고 뒹글며 아무리 칠전팔기를 해도 써지지 않을 때는 쓸 수 없다. 그것이 글씨라는 괴물이다.

그때, 문득 귓가에 선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글씨는 몸으로 쓰는 거야.

 

                   「츠바키 문구점」中 147~148p.

 

작가 오가와 이토의 전작들 <달팽이 식당> 이라던지  <따뜻함을 드립니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큰 사건이 등장하는 책은 아니다. 전작들이 음식으로 서로간의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를 전하던 이야기였다면 이 책에서는 편지라는 요소로 바뀌었다라는 것 정도? 아무튼 평범한 사람들의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다.

 

SNS로 손쉽게 서로 소통하는 시대인 요즘, 가끔씩 펜을 들때면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 정도로 손글씨를 쓰지 않았다. 더군다나 누군가에서 편지를 쓴다는 것도 정말 까마득하다. 지금은 잘 쓸일도 받을 일도 없지만, 어릴 적 한자한자 정성들여 편지를 쓰고 또 정성들여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았을 때의 그 기쁜 마음을 잘 알기에 지금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게 조금은 아쉽다기도 하다. 깊어가는 가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권의 책이었고, 오랜만에 따뜻한 손편지 한장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글씨는 그 사람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늙어간다. 같은 사람이 쓴 글씨여도 초등학생 때 쓴 글씨와 고등학생 때 쓴 글씨가 당연히 다르고, 이십 대에 쓴 글씨와 사십 대에 쓴 글씨도 다르다. 칠십 대, 팔십 대가 되면 더욱 그렇다. 십 대 때는 동그란 글씨만 썼던 소녀도 할머니가 되면 자연히 그런 글씨를 쓰지 않게 된다. 글씨도 나이와 함께 변화한다. 

 

                   「츠바키 문구점」中 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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