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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명확한 의사 전달이 가장 중요하며, 대필가는 서도가와 다르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츠바키 문구점」中 27p.
그러나 간단한 일일 텐데 글씨가 마음대로 써지지 않았다. 생각한 대로 글씨가 매끄럽게 써질 때도 있고, 백 장을 써도 이백 장을 써도 도저히 감히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요컨대 글씨를 쓰는 행위는 생리 현상과 같다. 자신의 의지로 아무리 예쁘게 쓰려고 해도, 흐트러질 때는 어떻게 해도 흐트러진다. 몸부림치고 뒹글며 아무리 칠전팔기를 해도 써지지 않을 때는 쓸 수 없다. 그것이 글씨라는 괴물이다.
그때, 문득 귓가에 선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글씨는 몸으로 쓰는 거야.
「츠바키 문구점」中 147~148p.
SNS로 손쉽게 서로 소통하는 시대인 요즘, 가끔씩 펜을 들때면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 정도로 손글씨를 쓰지 않았다. 더군다나 누군가에서 편지를 쓴다는 것도 정말 까마득하다. 지금은 잘 쓸일도 받을 일도 없지만, 어릴 적 한자한자 정성들여 편지를 쓰고 또 정성들여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았을 때의 그 기쁜 마음을 잘 알기에 지금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게 조금은 아쉽다기도 하다. 깊어가는 가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권의 책이었고, 오랜만에 따뜻한 손편지 한장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글씨는 그 사람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늙어간다. 같은 사람이 쓴 글씨여도 초등학생 때 쓴 글씨와 고등학생 때 쓴 글씨가 당연히 다르고, 이십 대에 쓴 글씨와 사십 대에 쓴 글씨도 다르다. 칠십 대, 팔십 대가 되면 더욱 그렇다. 십 대 때는 동그란 글씨만 썼던 소녀도 할머니가 되면 자연히 그런 글씨를 쓰지 않게 된다. 글씨도 나이와 함께 변화한다.
「츠바키 문구점」中 18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