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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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마도카에게서 들었으니까요. 왜 그런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지 마도카 본이이 내게 얘기했습니다." 기리미야 레이는 숨을 가다듬으려는지 잠시 가슴이 들먹거린 뒤, 마치 중대한 고백이라도 하듯이 말을 이었다. "나는 라플라스의 마녀가 되고 싶다,라고 했어요."

"라플라스?"

"마도카의 마음을 뒤흔든 것은 토네이도입니다."

 

「라플라스의 마녀」中 360p.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품들 때문에 책을 읽지 않았다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작가 히가시노게이고. 많은 작품들이 있겠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그의 대표작으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손꼽을 지도 모르겠다. 두꺼운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로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니 말이다. 나는 꽤 오래전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노란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지금은 개정되어 나온탓에 전혀 끌리지 않는 일러스트가 그려진 표지를 가져 그때의 느낌이랑은 완전히 다른 책이 되어버린.. 어쨌든 '백야행' 덕택에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한동안 작가의 모든 작품들 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화된 작품들도 모두 찾아 읽고 볼 정도로 심취했던 적이 있다. 늘 읽을 때 마다 폭넓은 소재와 전문지식에 놀라며, 출판되는 책들마다 베스트셀러 자리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기에 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다양한 소재들의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너무도 많이 쏟아져 나오는 탓에 어느샌가 멀리하고 있던 작가였기도 하다. 전작의 대박행진으로 선인세가 3억이었다라는 과도한 금액탓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으나, 오랜만에 읽는 그의 책이기도 하고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작이자 그의 80번째 작품으로 출판된 책이기에 설렘을 안고 읽게 되었다.

 

 

이 세상은 몇몇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가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의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라플라스의 마녀」中 497p.

 

갑작스럽게 덮친 토네이도로 인해 엄마를 잃게 된 어린 마도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건이 일어난지 8년이 지난 후, 온천지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불가사의한 자연현상으로 인해 사건 해결에 난항에 부딪치던 중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와 교수 그리고 뭔가 알수없는 비밀을 숨긴듯한 마도카가 마주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을 읽기 전, 라플라스라는 생소한 이름이 의문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 물론 몰라도 상관없지만 라플라스라는 과학자를 알고 있다면 결론은 알수 없겠지만.. 책의 내용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프랑스 과학자인 라플라스가 고안한 가설 중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한다면 그 존재는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말했고, 나중에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별명을 붙여졌다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들이 바로 날씨를 계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어느정도 라플라스의 악마와 이미지가 비슷하기에 제목이 붙여진게 아닐까 한다. 즉,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히가시노게이고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SF 과학과 상상력의 조화라고 할까.

 

사실 SF과학장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아무리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해도 중간쯤에선 좀 지루하긴 했다. 그래도 책을 덮을 수 없었던 이유는 책을 놓기엔 많은 부분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불운한 온천사고의 진짜 범인은 누굴까? 식물인간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한 소년 겐토는 대체 정체가 뭘까? 그리고 초능력도 아닌것이 그 능력이 너무도 부러운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도카까지..

 

 

"그게 그러니까 결국 마도카에게는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궁금하더라고."

"보이다니, 뭐가요?" 그러니까,라고 말하고 다케오는 마른 입술을 적셨다.

"이 세상의 미래 말이야.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마도카는 침묵하고 있었다. 마음에 걸려서 다케오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마도카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런요, 모르는 게 더 행복할걸요?"

 

 

「라플라스의 마녀」中 515p.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집필했다는 라플라스의 마녀. 솔직히 많은 이들이 원할지도 모르는 날씨나 다가올 자연현상들을 알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참 대단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로선 몰랐으면 하는 미래를 안다는게 참 슬플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 안다면 꿈이라는 걸 가질 수도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에.. 어쨌든 히가시노게이고의 작품 소재는 늘 참신하고 새롭다. 특히나 이번 작품도 그러했고. . 하지만 지금까지의 자신의 소설들을 깨부수고 싶었다~라는 포부와는 달리 예전의 작품들이 더 좋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읽은 작가의 책이라 좋으면서도 약간의 실망감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이 좋네 마네 하는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늘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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