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지나간 사랑은, 돌이켜봐도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정말 사랑이었나? 아니었나?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진솔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이 먹어서 사랑하는 게 힘들어지는 건... 남자 여자라는 정체성이 점점 사라져서 그런 거 같아요. 세상 살면서 같이 경쟁하고 싸우고... 더 이상 이성한테 잘 보이고 싶은 본능이 없어져가는거 느낄 때 있어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中 40p.

 

3월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안올것 같던.. 계속해서 머무를 것만 같았던 추웠던 겨울도 이제 끝자락인듯 하다. 꽃도 피고 따뜻한 봄날. 그 봄바람이 오려나보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책읽는 시간도 없었고, 언젠가부터 괜시리 연애소설이라고 하면 유치하고 손발이 오그라들 것만 같다는 생각에 멀리했었는데.. 문득 달달한 연애소설 한편이 읽고 싶어진걸 보면.. 봄은 봄인가 보다. 로맨스 라든가 연애라는 단어는 뭔가 두근거림에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랑은 늘 달콤해보이지만 서른 살의 현실 연애에선 늘 달콤하지만 않기에.. 그냥 대리만족?! 공감을 느끼고파 읽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목덜미에 끼얹어진 물 때문에 진솔은 놀라서 펄쩍 뛰었다. 건이 그녀에게 물장난을 치고 하하 웃고 있었다. 뭐예요, 웃으며 그를 노려보았지만 진솔의 가슴은 설레고 있었다. 그리고 웃고 떠드는 그들 옆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고 있는 연인들도, 아직은 방황이 덜 끝난 듯한 그도, 그런 건을 사랑하는 자신도, 완벽하지 않아서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자신이 건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 같았고, 언제나 모자란 점 많게 느껴지던 그녀 자신 또한 더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11월, 그 어느 멋진 날에.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中 260p.

 

흔히들 '썸 탄다'라고들 한다. 막상 연애를 시작했을 때보다 그 사랑이라는 걸 알듯 말듯한 그 순간! 그때가 어쩌면 가장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미묘한 떨림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110호의 우편물]은 마포우체국 사서함 110호를 거쳐 우편물들이 배달되어오는 곳, 바로 방송국! 이곳 방송국의 라디오 작가 공진솔과 이건 PD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입소문을 타고 오래전 절판되기도 했던 유명한 책이지만 그냥 서가에 덩그러니 꼽혀있던;;; 그러다 새롭게 표지도 바뀌고 해서 재출간 되었다는 소식, 그리고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으로 인해?! 다시 꺼내들게 되었다.  아! 물론.. 책의 배경 때문에 봄 보단 겨울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난 봄에 읽는 걸로...

 

사실 내용은 흔히 생각하는 연애소설이랑 마찬가지다. 30대가 되면 익숙해진 평범한 생활에 사랑에 대한 설렘보단 두려움이 앞선 이들이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는 그런.. 방송국이라는 호기심의 배경도 흥미롭지만, 아직 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되는 점은 잔잔하다는 점이라는 생각이든다. 물론 사랑이라고 하면 격정 멜로부터 생각이 드는 요즘.. 막장드라마에 길들여졌기에;; ㅋ 꼬이고 꼬인 연애이야기라기보단 그냥 착한 멜로 착한 사랑이야기였기에 뭔가 더 마음에 와닿고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서로 부딪치는 사랑, 동시에 얽혀 있는 무수한 사랑들. 어느 사랑이 이루어지면 다른 사랑은 날개를 접어야만 할 때도 있다. 그 모순 속에서도 사랑들이 편안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눈물 흘리더라도 다시 손 붙잡고 밤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건 무슨 마음인지. 무사하기를. 당신들도 나도, 같이.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中 385p.

 

요즘 드라마에 푹 빠져 온통 유시진 대위님! 만 생각했는데 ㅋㅋ 책을 덮을 때쯤 주인공 이건PD도 참 매력있게 다가왔다. 이런;;; 드라마와 소설에서 설렘을 느낄 게 아니라 현실에서 달달함을 느끼고 싶다. 어쨌든... [잠옷을 입으렴]을 통해 이미 팬이 되었던 이도우 작가님의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어서 팬으로서 참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얼른 또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신간이 출판되기를 기대하면서.. 따숩게 불어오는 봄바람과 함께 내사랑도 이제 무사하기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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