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5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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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은희경 작가. 가장 자기세계를 이루고 있다고도 하고 특유의 냉소적인 시각으로 삶과 사랑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 중 한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탓이었던가.. 이제껏 그 유명한 작품들을 한번도 읽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뒤늦게 접하게 된 '새의 선물' 이 한권으로 화려한 수식이 붙는 작가소개에 그 찬사가 아깝지 않음을 깨달으며 책의 마지막장을 넘길땐 진한 아쉬움을 느끼며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별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것도 아니지만 오랫동안 내 기억속에 남을 책이 될 듯 싶다.

 

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 확식도 없지만 더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되다는 것 때문에 떠나는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그런 떠남을 생각하며 아줌마는 사라진 버스 쪽을 그렇게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는 것이리라.

 

「새의 선물」中 164p.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는,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그래서 더더욱 어른인 척하는 12살 소녀 진희. 주인공 진희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물을 중심으로 살림집과 가겟집으로 나뉜 서흥동 감나무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등학생 진희보다도 생각이 어린 철없는 이모, 남편이 죽은 뒤 외아들만 바라보고 사는 장군이 엄마와 장군이, 바람둥이인 광진테라아저씨와 그 모든걸 참고 살아가는 그의 부인, 신분상승이라는 야망을 품은 미스리 언니, 세들어사는  최 선생님 등등 이들의 말과 행동을 진희는 관찰하고 그 내면까지 꿰뚫어본다.

 

누구나 가지고있을 법한 감나무집 사람들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진희는 어른들이 자신에게 친절한 이유를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비밀을 지키기위해서라는 맹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맹랑한 12살 소녀라고 하지만, 그 맹랑함이 영악함은 아니다. 영악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 일찍 성장해버려서.. 몸은 아직 어린 소녀지만 마음은 다 커버렸기에 영민하고 모든 일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는 듯 하다. 순수함을 가지기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자신의 삶에 의해 너무도 많은 걸 알아버렸고, 그녀의 눈을 통해 본 어른들의 삶 또한 그리 멋지지만은 않다. 그렇기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누구에게든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빈틈없이 닫고 있는 듯 하다.

 

슬픔. 그렇다. 내 마음속에 들어차고 있는 것은 명백한 슬픔이다. 그러나 나는 자아 속에서 천천히 나를 분리시키고 있다. 나는 두 개로 나누어진다. 슬픔을 느끼는 나와 그것을 바라보는 나. 극기훈련이 시작된다. '바라보는 나'는 일부러 슬픔을 느끼는 나를 뜷어져라 오랫동안 쳐다본다. 찬물을 조금씩 끼얹다보면 얼마 안가 물이 차갑다는 걸 모르게 된다. 그러면 양동이째 끼얹어도 차갑지 않다. 슬픔을 느끼자, 그리고 그것을 똑똑히 집요하게 바라보자.

 

「새의 선물」中 229p.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60~70년대의 한국 사회를 생생하게 그려놓은 ... 물론 이 시기를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늘 이시대 배경의 소설들을 읽으면 왠지모를 뭉클함?!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진희의 이야기가 더 공감되면서도 안타까우면서도 무언간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어찌보면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진희였기에 더 많이 와닿았다.

 

나이가 어리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사실은, 나 역시도 겪어봤지만 삶을 안다는 건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삶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일찍 깨달아 버려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렇다고해서 나쁜 삶이라고는 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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