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 될 줄 알았던 한 달이 겨우 엿새 만에 악몽으로 바뀌어버렸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中 14p.

 

혼자 남겨졌다. 구조요청을 할 수도 없는 곳, 함께 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식량도 구할 수 없는 곳. 바로 저 먼 우주, 화성 한가운데. 나!홀!로! 생각도 하기 싫을 상황. <마션>은 화성 탐사에 나선 한 우주비행사가 착륙 후 엿새 만에 모래 폭풍으로 인해 화성에서 홀로 조난을 당하게 되고, 다음 탐사가 있을 때까지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의 지구귀환기라고 할 수 있다.

 

함께 탐사에 나섰던 동료들은 모래 폭풍에 떠밀려간 그가 죽은 줄 알고 떠나버렸고, 통신 장비도 고장나버려서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 조차도 알리지 못한다. 하지만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식물학자라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이용해서 화성에서 감자를 심고, 또 과학적인 지식들을 이용해서 물을 만들고.. 박학다식한 우주과학 지식을 한껏 활용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한된 장비들로 극한 상황에 맞서 생존하고자 한다.

 

"어떤 기분일까?"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저 먼 곳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자기가 온전히 혼자이고 우리 모두가 자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 것들이 한 사람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는 벤커트를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지금 마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군."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中 111p.

 

내가 읽어본 화성과 관련된 책이라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SF 작가로 불리운 필립 K. 딕 의 단편집이자 영화 '토탈리콜'의 원작이던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정도. 사실 이마저도 읽다가 말았던 기억이 ㅋㅋ 다른 화성 관련 소설 책보다 앤디 위어에게 천재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마션이 출간과 동시에 SF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서점가를 석권하고 영화로까지 나온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듯 싶다. 막연하게 꿈꾸던 미지의 세계가 아닌 실제 화성의 모습과 탐사결과들을 반영한 현실적인 이야기이기에 허구라기보다는 실제로 화성을 탐사하고 돌아온 사람의 후기를 읽는 듯해 더 피부에 와닿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화성 탐사대는 약 4년 뒤에나 도착을 할 예정이고, 남아있는 식량은 그 오랜 기간동안 견뎌낼 수 없는 양이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살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를 순간 와트니는 자신의 생존기간을 늘리기 위해 인분을 활용하여 화성의 토양으로 감자를 길러내고, 동료가 남기고간 나무 십자가로 불을 붙여 물을 만드는데 쓰고.. 주어진 환경에서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은 참으로 존경할 만했다.

 

"언제나 희망을 있습니다. 의외로 빨리 알아차리고 방향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폭풍이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고요. 어쩌면 와트니는 우리가 찾지 못한, 적은 에너지로도 생명 유지 장비를 돌리는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마크 와트니는 이제 화성에서 생존하는 데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친구뿐일 겁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中 466p.

 

책의 시작은 이랬다. "아무래도 좆됐다." 처음엔 잘못된 번역인가 하고 원서도 찾아봤다. "I'm pretty much pucked." 하긴, 지구의 어느 섬 무인도도 아니고 저정도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처음으로 사망한 인물이 아니라 화성에서 처음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지구로 성공적으로 다시 귀환한 인물로 기록될 수 있었던 건 누구나 포기할 만한 상황에서 포기를 모르던 그와 그의 동료들 때문이지 않을까싶다.

 

처음엔 과학적 용어와 생소한 우주관련 지식으로 인해 읽기에 너무 힘들었지만, 뒤로 넘어갈 수록 점점 몰입하면서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600쪽이나 되는 방대한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라이언일병구하기 이야기를 영화로 보면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에서 좀 더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빨리 영화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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