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모르는 한 사람을 알게 되고, 알게 된 그 한 사람을 사랑하고, 멀어지다가 안 보이니까 불안해하다가, 대책 엇이 마음이 빵처럼 부풀고 익었다가 결국엔 접시만 남기고 고스란히 비워져가는 것. 이런 일련의 운동(사랑)을 통해 마음(사람)의 근육은 다져진다. 사랑한 그만큼을 앓아야 사람도 되고 사랑한 그만큼을 이어야 사랑도 된다.

 

「내 옆에 있는 사람」中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자꾸만 떠나고픈 생각에 여행 관련 책자들을 뒤적뒤적 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집어든 책 한 권.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이병률 작가의 책이다. 뭔가 많은 걸 생각하지 않아도 가슴에 와닿는 글들로 가득 차 있는 그의 책. 많은 사람들이 이병률 작가의 책이 나올 때 마다 하는 말이 있다. "아껴 읽고 싶다". 그만큼 오래오래 옆에두고 꺼내보고 싶을 정도로 좋다는 말이겠지.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두 권의 여행에세이로 많은 독자층을 가진 이병률 작가의 신작.. 사실은 나온지 좀 지났지만.. 아무튼.. 이번 책도 역시 .. 제목에서 부터 끌리더니 언제나처럼 나를 실망 시키지 않았다. 작가의 전작들의 배경이 해외의 어느곳, 이라면 이번 책의 배경은 진안의 터미널이나 비양도로 가는 배 안 처럼 국내 곳곳의 낯익은 곳들을  돌아다니며 만난 인연,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들로 담겨져 있다.

 

시간은 또 그렇게 흘러가게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든 낫는다는 것입니다. 일 년이 걸리든 십 년이 걸리든 우리는 그 아픔을 영원히 붙들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고통스러울 때는 그 고통을 잘 넘기라고 언덕을 보여줍니다. 힘이 들 때는 이제 곧 바닥이니 잘 넘기라고 바닥을 보여줍니다. 힘이 들 때는 이제 곧 바닥이니 잘 넘기라고 바닥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하는 일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억세고 거칠어서 마음을 도려내지만, 시간이 하는 일은 훈하고 부드러워 그 도려낸 살점에다 힘을 이식합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中

 

보통의 여행 에세이들이 보여주는 내용들은 주로 풍경에, 여행지 소개에... 그런 것 처럼 나에게 여행이란.. 그저 좋은 곳을 돌아다니며 멋진 풍경들을 두 눈에, 가슴에 담고 오는 그런 관광, 혹은 힐링이란 의미로 컸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나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선 여행의 풍경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주가 되는 내용은 사람이다. 여행에서 접하게 되는 일상적인 느낌에 솔직 담백한 감각적인 이야기, 아름답고 섬세한 그만의 감성적인 이야기 처럼 작가가 말하는 여행이란 그저 풍경을 관광하는 것이 아닌, 여행이라는 여정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 사이로 걸어들어가 더 가까워지는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같은 상황이라 해도 봄에 보는 것과 가을에 보는 것은 다르다. 봄에 봐서 아련하다라고 반응하는 것을, 가을에 볼 때는 보고 싶다라고 중얼거리게도 한다. 봄에 피어난 꽃들에게서 뭔가를 수혈받는다면 가을에 떨어지는 것들 앞에서는 마음이 호릿해져서 뭔가 빠져나가는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봄에 가슴 뭉글뭉글해지는 것이 가을에는 뭉클뭉클해지지 않는가 말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中

 

평범한 일상들에 관한 이야기 인듯 하지만, 예상치 못한 만남과 인연으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 좋은 사람이라.. 흔히들 하는 말로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내게 좋은 사람이 오도록..'이란 말을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기 이전에 내가 먼저 해준다면 물 흐르듯이, 바람이 불어 오듯이 자연스레 이루어 진다는 말일 것이다. 늘 좋은 사람이, 누군가가 먼저 내게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사람들은 늘 내 옆에 있었다. 언제나.. 단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가치를 모르고 살아갈 뿐.. 시간이 지나서 보면 다 고맙고 좋은 사람들인데..

 

책을 읽다 문득 깨닫게 된 사실!! 목차나 페이지가 없다. 좋았던 페이지 구절을 기록하려고 보니... 그리고 다 읽고 난 지금. 작가의 여행길에 함께 동행한 기분도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도 나는 길을 걷고 인생이란 여행을 하고 있다. 그저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그런 여행이 아닌,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그런 여행 말이다.

 

일 년에 네 번 바뀌는 계절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저마다 계절이 도착하고 계절이 떠나기도 한다. 나에게는 가을이 왔는데 당신은 봄을 벗어나는 중일 수도 있다. 나는 이제 사랑이 시작됐는데 당신은 이미 사랑을 끝내버린 것처럼.

그러니 '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지금 어떤 계절을 어떻게 살고 있다고 술술 답하는 상태에 있으면 좋겠다. 적어도 계절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어디를 살고 있는지를 조금 많이 알게 해주니까.

 

「내 옆에 있는 사람」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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