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갖고,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빅 픽처」中 117p.

 

지금 현재 자신의 삶에 100% 만족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내가 원하던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분명 만족한 삶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만약 내가 가보지 않은 길, 그 다른 길을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늘 있는 법! 100% 만족이란 없다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해보지 못했던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 열광하기도 하고,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타인들을 동경하기도 하는 걸테지.. 하지만 의도치 않게 타인의 삶을 살게 된다면?

 

불과 15분 전만 해도 나는 모범적인 미국 시민이었다. 근면하고, 경제활동도 잘하고, 아이도 키우고, 대출금도 잘 갚고, 자동차도 두 대나 몰고, 소비활동에도 적극적이고, 신용카드도 골드 카드를 쓰고, 최고의 수입을 자랑하는 변호사였다. 그런데 이제......

이제...... 완전히 끝장났다. 그렇게 되기까지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병을 잡은 지 단 5초 만에 모두 끝나 버렸다. 어떻게 이리 간단하게 끝날 수 있을까? 살인자. 내가?

 

「빅 픽처」中 145p.

 

'빅 픽처'의 주인공 벤 브래드포드는 탄탄한 앞날이 보장되어있는 뉴욕 월가의 잘나가는 변호사로 사랑스러운 두 아이의 아빠, 베스의 남편이기도 하다. 안정된 수입에 뉴욕 중상류층들이 모여사는 고급 주택에 거주하는 누가 보든 겉모습만 보면 모두의 동경의 대상이 될만한 인물이다. 하지만 한때 사진작가의 꿈을 꾸었던 그는 아버지의 반대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자신의 꿈을 접고 변호사의 길에 접고 변호사가 되었던, 그래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부럽지 않은 삶일 것 같았지만, 언제부턴가 아내와의 관계가 뒤틀렸고, 부부관계가 원만해지기를 애썼지만 결국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아내 베스가 이웃집 사진작가 게리와의 외도를 목격하게 되고, 그집을 찾아갔던 벤은 우발적으로 게리를 살해하게 된다. 벤은 완벽한 범죄를 위해 자신이 원하지는 않았지만, 죽은 게리의 삶을 살기로 한다.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 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빅 픽처」中 251p.

 

책을 읽고 나서 처음엔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았던 책 표지가 공감되었다. 어쩔 수 없이 게리의 이름으로 살게된 벤. 벤 이라는 이름의 삶을 살아갈 땐 이루지 못했던 사진작가의 꿈을 게리의 이름으로 게리의 삶으로 살게되면서 그 꿈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늘 불안해해야하고, 거짓으로 시작된 삶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고 그 거짓된 삶들은 실타래처럼 얽혀버리게 된다. 어쩌면 변호사 벤으로서는 고가의 카메라와 장비들을 사들이는 호사로운 삶에 만족해야했겠지만, 게리로서 살아가는 순간은 자신이 갈 수 없었던 사진작가의 꿈을 이룬것이니 잠시나마 행복한 삶이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자신이 벤인지 게리인지도 모를 삶을 살게 되어서 슬픈 삶이라고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소설의 끝이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고민된다.

 

소설이 출간되고 수많은 독자들의 열광에 힘입어 얼마지나지 않아 영화로도 개봉되었다고 한다. 미국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 개봉되었다는 아이러니한 점은 있지만.. 원작을 읽고 난 관객들은 책과 다른 결말에 그다지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고는 하지만 영화에서 두 갈래의 삶을 살게 된 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는 하다.

 

당신은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나요? 만약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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