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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하늘에는 달이 두 개 떠 있었다. 작은 달과 큰 달. 그것이 나란히 하늘에 떠 있다. 큰 쪽이 평소에 늘 보던 달이다. 보름달에 가깝고 노랗다. 하지만 그 곁에 또 하나, 다른 달이 있다. 눈에 익지 않은 모양의 달이다. 약간 일그러졌고 색깔도 엷은 이끼가 낀 것처럼 초록빛을 띠고 있다. 그것이 그녀의 시선에 포착한 것이다.
「1Q84_1」中 418p.
지난 10년간 최다 판매 작가 1위에 오른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그에겐 수많은 작품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최고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꼽으라면 출간 되기도 전에 예약만으로도 매진사태를 불러일으켰던 1Q84가 아닐까 싶다. 한때 허세책의 대명사로 꼽히며 수많은 SNS에 설정샷 사진들로도 많이 등장했었던 책이기도 하다. 물론 그 열풍에 힘입어 나도 그때 1Q84를 읽었었는데, 그 당시 읽을 땐 그냥 유명하다기에 아무 생각없이 읽는 흉내만 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만난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쩌면 나이가 들고, 그때와는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오래전 내가 읽은 하루키와 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아오마메는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 요즘 들어 기묘한 일이 주위에서 연달아 일어난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세계가 자기 멋대로 나아가고 있다. 내가 눈을 감고 있을 때만 다들 움직이는 게임처럼. 그렇다면 하늘에 달이 두 개 나란히 떠 있어도 그다지 기묘한 일이 아닌지 모른다. 언젠가 내 의식이 푹 잠든 동안에 그것이 우주 어딘가에서 홀연히 찾아와, 달의 먼 친척의 사촌 같은 얼굴을 하고 그대로 지구 인력권에 머무르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1Q84_1」中 449p.
책은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입시학원의 수학강사로 일하고 소설가 지망생이던 덴고는 '공기번데기'라는 소설의 고스트라이터로 글을 쓰게 되었고, 단숨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인 아오마메는 헬스클럽 매니저로 일하면서 약간의? 정당한 살인을 저지르는 있는 인물이다. 어떤한 연관도 없어보이는 서로 다른 두 주인공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다가 우연히 1Q84라는 현실과는 약간 다른.. 달이 두개인 세계로 발을 디디게 된다.
1,2 권에 이어 3권으로 넘어와선, 아오마메와 덴고의 거리가 좁혀졌고, 그럴수록 인물들 간의 관계 또한 한층 더 복잡해지고, 읽을수록 과연 두 사람이 만날 수 있을까? 그래서 두 사람은 달이 두개인 1Q84라는 세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하는 의문들... 특히나 3권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다음엔 왜 4권은 출간하지 않는가.. 아오마메와 덴고는 진짜 1Q84란 세계를 벗어났는가.. 그 이후에 그들은 어떻게 되었나... 하는 수많은 의문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게 된다.
과거를 바꿔 써봤자 그리 큰 의미가 있을 리 없다, 고 덴고는 실감한다. 시간이라는건 인위적인 변경은 모조리 취소시켜버릴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이미 가해진 수정에 다시금 새로운 수정을 덧칠하여 흐름을 원래대로 고쳐갈 게 틀림없다. 다소의 세세한 사실이 변경되는 일은 있다 해도, 결국 덴고라는 인간은 어디까지나 덴고일 수밖에 없다.
덴고가 해야 할 일은 아마도 현재라는 교차로에 서서 과거를 성실히 응시하고, 그 과거를 바꿔 쓸 수 있는 미래를 차곡차곡 써나가는 것이리라. 그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1Q84_2」中 113p.
아직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머무르고 있는 1Q84 이 책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3권이나 되는 두툼한 분량에, 긴박한 스릴감으로 잠못들게 만드는 그런 소설도 아닌 것이.. 읽으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하루키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작품세계. 사실은 다 읽고 나서 곱씹어봐도 아주 약간만 알겠고 ㅋㅋ아직도 '공기번데기'속에 등장하는 리틀피플이라는 존재에 대한 정체도 어렵고 이해도 잘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1Q84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책도 출판되었을까..이런 그의 작품이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숨은 의미들을 생각하고 해석해보는 재미는 분명히 있다. 깊어가는 가을.. 쉽게 술술 익히는 책은 아니지만.. 하루키의 문장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지금.. 당신의 하늘에는 몇개의 달이 떠 있습니까?!! 보이는게 전부는 아닙니다...
"정말 기묘한 세계로군. 어디까지 가설이고 어디서부터 현실인지, 그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져. 이봐 덴고, 자네는 소설가로서 현실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겠나?"
"바늘로 찌르면 붉은 피가 나는 곳이 현실세계예요."덴고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이곳은 현실세계네." 고마쓰는 말했다.
「1Q84_3」中 45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