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거 사실이 아니지요?" 나는 아저씨의 눈이 어두워지는 것을 절망적인 심정으로 지켜봤다.

"그러니까 전부 다 사실은 아니지요?" 한참 만에 대답을 들었다.

"사실이 전부는 아니야." "그러니까 사실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거지요?"

침묵이 가장 정확한 답변을 할 때가 있다. 그때 우리 사이에 흐르던 침묵이 바로 그랬다. 나는 흉벽 안에서 울리는 진실의 목소리르 들었다.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

                                                                    「7년의 밤」中 24~25p.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서 파멸에 이르기까지..한 남자.. 아니 아들의 목숨을 지키고자 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딸의 복수를 꿈꾸는 또다른 아버지의 이야기를 인간 내면의 갈등, 인물들간의 심리적묘사로 처음부터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때 까지 강한 흡입력을 보여주는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사실 이 책은 벌써 세번째 정독중이다. 세번이나 읽고 난 지금에서야 이제 서평을 끄적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닌  읽고나서 최고다!! 라는 말밖에 뭐라 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의 전작들을 한권이라도 읽어본 이들이라면..전작들이 별로였다는 말은 아니고.. 어쨌든 더더욱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독자로 하여금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을 느낄 수 있고 해주고, 박범신 작가님이 괴물 같은 '소설 아마존'이라고 칭했을 만큼, 정유정 작가에게도 단연 이 작품이 최고의 책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는 전화를 닫아벼렸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복기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길을 찾아야 했다. 지난밤을 인생에서 없애버릴 길, 판돈을 잃지 않고 버틸 길, 세령호로 가지 않고 살던 곳에 머물 수 있는 길, 살아온 것처럼 살아갈 수 있는 길.  없었다.

                                                                    「7년의 밤」中 139p.

 

세령호의 재앙에서 살아남은 아이 서원. 그는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낙인을 안은채 자신의 아버지를 원망..그리고 증오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마주하게 된 그날의 진실들. 우연히 낸 교통사고로 돌이킬 수 없게 된 최현수와 자신의 것을 망가뜨려버린 최현수에게 복수하고자 그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아들 서원의 삶을 흔들고자 한 오영제. 그리고 서원을 지켜주는 승환까지. 사실 허를 찌르는 반전을 가진게 아니라면 추리소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중반부쯤 되면 결말이 어느정도 예상되기 마련이다. 아주 깜짝놀랄 만한 그런 반전은 아니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7년의 밤이 오랜기간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건 장대한 스케일과 치밀한 구성, 그리고 진짜 긴박감을 느낄정도의 인물들간의 심리묘사도 한 몫 거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애가 너한테 나타나니?"

"꿈에 와요. 잠이 들면 숲에서 그 애 목소리가 들려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커튼을 들추면 큰 나무 그늘에 숨어 있는 그 애가 보여요. 머리를 허리까지 풀고......" 서원은 눈을 내리깔고 조그맣게 말했다.

"옷이 없나 봐요. 팬티만 입고 맨발로 서 있어요. 그 애가 저한테 나오라고 해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자고."

                                                                   「7년의 밤」中 256p.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또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나요? 라고 묻는다면 쉽게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힘들것이다. 주인공 최현수의 경우라면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그러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저지른 실수로 자신의 삶은 파멸에 이르면서도 아들 서원을 지키고자 했으니 말이다. 물론 부모니까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러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방법이 아주 잘못되긴 했지만, 오영제 역시 자신의 딸 세령을 위해서..또 자신의 것을 지키기위해서 이런 무시무시한 복수를 했을테니까..

 

절대로 애비처럼 안 산다며? 살아보니 넌 별 수 있든? 

                                                          「7년의 밤」中 330p.

어린 시절 겪었던 아버지의 학대.. 가정폭력...으로 자란 자신처럼 살지 않길 바랬기때문에 최현수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아들 서원을 걱정했으리라. 참 다행인것은 사건의 진실을 모르던 서원이 그날의 진실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조금은 누그러지지 않았나.. 또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인것 같다. 소설 속 상상의 도시 세령시가 존재하고 있는 듯한 느낌.. 오영제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을까봐 겁이 날 정도로..최근에 읽은 소설들 중에서 정말 강한 흡입력을 보여주는 듯 하다. 주변에서 책추천 좀 해달라고 하면 무조건 7년의 밤!! 따로 설명은 필요없이 엄지 척!! 단지 초반의 지루함은 덤으로..ㅎㅎ

 

이 책을 계기로 정유정이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고.. 그래서 이후에 출판된.. 2년 3개월만에 내놓은 신작「28」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는데...ㅎㅎㅎ그 기대에 크게 만족스럽지 못했기에 아마 아직까진 정유정 작가님의 인생의 작품이라면 7년의 밤이 아닐까 한다.ㅋㅋㅋ팬으로써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