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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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1잔에 4분, 권총 1정에 3년 그리고 스포츠 카 1대에 59년. 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된다는 설정으로, 이 시간으로 사람들은 음식을 사고, 버스를 타고, 집세를 내는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한다는 내용의 영화 <인 타임>.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매일 아침 눈뜰 때 마다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확인하며 충분의 양의 시간을 벌지 못하면 더이상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돈으로 인간의 수명을 거래하기도 하고, 일분 일초를 안타까워하며 살아간다. 소재가 신선하기도 했지만, 시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던 영화라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영화였던 것 같다. 

요즘 들어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하루는 정말 길게 느껴지는데 돌아보면 일주일이 휙~ 한달이 휙~ 지나고 있네.. '라는 말이다. 예전에 그냥 아무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가?! 시간이 무의미하게 흐른다는게 너무 아쉽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일분 일초라도 나에게 좀 더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싶기도 하고, 혹은 영화에서 처럼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시간을 파는 상점'.. 다소 판타지 느낌이 물신 풍기는 표지와 제목과 청소년 문학상에서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선정된 작품이라는 타이틀에 현혹되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처음 느꼈던 이미지와는 달리 책은 가족 간의 갈등, 이성친구 문제, 청소년들이 가지는 고민과 상처들 그리고 자살..어쩌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약간의 추리적 요소를 가미해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책의 주인공인 온조가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으로 인터넷 까페 "시간을 파는 상점"을 오픈하게 되고, 처음엔 단순히 아르바이트 의미로 시작하게 되지만,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게 되면서 시간에 대한 의미를 다시 깨닫고 되새기게 된다.

 

헬라어(그리스어)로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는 두가지가 있다. 주인공 온조의 닉네임이기도 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다. "크로노스"는 그리스 철학에서 의미하는 시간이란 단어로 자연적으로 해가 뜨고 지는 시간, 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통해 결정되는 시간, 낮과 밤, 봄/여름/가을/겨울 등 일반적인 의미의 시간을 뜻한다. "카이로스"는 그리스신화 제우스의 아들이자 기회의 신이라 불리고, 의식적이고 주관적인 시간,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는 시간, 기회의 시간, 결단의 시간을 말한다. 쉽게 말해 크로노스의 시간은 인간이 측정가능한 사회적 약속의 양적인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카이로스의 시간은 하루가 일년보다 길 수 있고, 일년이 하루보다 짧을 수 있는 일정한 시간의 틀을 벗어나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마디로 하자면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인 크로노스의 시간은 내가 통제하고 관리 할 수 없지만, 시간의 주인이 되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늘이고 줄일 수 있는 시간 카이로스의 시간을 잘 활용해 소중한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우리 모두는 시간이라는 일정한 흐름속에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을 번갈아 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크로노스의 시간을 더 많이 살 것인가, 아니면 카이로스의 시간을 더 많이 살 것인가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달린 듯 하다. 당신은 어떤 시간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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