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49세 삼남매의 기막힌 동거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어제도..오늘도..아마 내일도...핑계같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책을 읽을 엄두도 못내고 있다. 한두장 정도 읽으면 많이 읽은 정도?!! 그래서 읽으려고 책상에 쌓아둔 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읽고 나서 천명관이라는 작가에 푸~욱 빠져 다른 책들은 제쳐두고 바로 찾아 읽은 책 "고령화 가족". 이 역시도 한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각약각색 인물들의 사건 사고를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게 그려 놓았고, 역시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더위때문에 읽는데 좀 오래걸리긴 했지만..

최근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302호, 우리 집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강간죄로 교도소를 다녀온 큰아들과, 영화인지 뭔지를 하다 완전히 망해먹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돌아온 둘째아들, 바람을 피우다 이혼을 당해 친정으로 쫓겨온 막내 딸.....세상에 이보다 더 재밌는 얘깃거리가 또 있을까!

그렇게 엉겁결에 재구성된 우리 가족의 평균 나이는 사십구 세였다. 

평균 나이 49세의 자식들이 막다른 인생길에서 고령의 노모가 사는 24평 연립주택에 모여든다. 영화판에서 10년 넘게 전전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밥벌이도 어려운 주인공 '나'는 엄마로 부터 걸려 온 "닭죽 먹으러 올래?"라는 제안에 엄마집으로 달려가게 된다. 엄마의 집에는 이미 전과 5범에 120kg의 거구의 큰 아들 오함마가 가장 먼저  무위도식하며 빌붙어 살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바람피우다 이혼을 하고 싸가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딸까지 데리고 기어들어 온 여동생 미연까지.. 한마디로 콩가루 집안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두팔 벌려 자식들을 받아들인 엄마께 효도는 못할 망정, 한심하기 짝이 없게도 이들은 엄마의 집에 빌붙어 있으면서 고성과 주먹질이 오가고,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거리기 까지 하지만 엄마는 한결같이 자식들을 지지하고 따뜻하게 품어준다.  이들의 아슬아슬하고도 기막힌 동거는 미연의 딸 민경의 가출과 함께 그동안 꼭꼭 감추어두었던 출생의 비밀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그야말로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요즘 드라마 트렌드라 할 수 있는 막장!!의 요소들 두루 갖춘 구제불능 가족들이다. 어느 하나 흠이 없는 이가 없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울타리와 같이 늘 지키고 있을 것 같은 엄마의 가장 큰 비밀까지 말이다. 전형적인 불량 가족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라든지 '무기여 잘 있거라'하는 소설을 등장시켜 소설 속의 삶과 그들의 삶을 비교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아마 자칫 막장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 이야기에 천명관이 적절한 소재를 넣은것이 아닐까 한다.

한 편의 훈훈한 가족 이야기가 아닌 멀쩡한 사람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평균 나이 49세 가족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각자 개성있게 휘몰아치는 사건사고 이야기를 즐겨보면서 더위를 잊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