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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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읽는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있다.  나에게 "천명관"이라는 작가 역시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전작인 '고래'나 '고령화 가족'으로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고 입소문을 많이 듣긴 했지만, 크게 끌리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앞부분만 읽고서 왜 이제서야 만나게 됐는지!! 정말 이런 대단한 작가를 왜 미처 알아보지 못했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 정도로 강한 흡입력과 문체의 힘이란 걸 보여줬다. 1편과 2편을 합해 800쪽에 달하는.. 자칫 지루할 수 도 있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멋진 무협 영화를 본듯 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정말 '희대의 이야기꾼'이라고 불리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지금 세대들은 잘 모를 수 있는.. 나 역시도 잘 모르는.. 1970년대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이소룡'과 관련된 추억으로 시작되며, 화자인 나의 시선으로 바라 본 삼촌의 파란만장하고 고달팠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숨겨진 서자로 들어와 어릴 적 부터 눈칫밥을 먹으며 말까지 더듬는 삼촌은 이소룡을 영웅으로 생각하고, 이소룡과 같은 무도인이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인생은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법.. 고향에서 사고를 치고 서울로 도피하여 중국집에서 배달일을 하며 홍콩에 가는 꿈을 키우고, 원치않게 삼청교육대에 끌려가게 되고, 으악새 배우를 전전하다 영화배우 원정을 만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인생이란 원래 굴곡지고 험난하다지만, 삼촌의 삶은 정말 불운의 아이콘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힘들고 고난의 연속이었다. 정말 풀리지 않을 정도로 꼬여버린 실타래 처럼 당최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정말 지지리 운도 없게..

 

-  주먹 잘 쓰는 놈이 어디 가서 맞아 죽는 거고 노름 잘하는 놈이 노름으로 패가망신하는 거고 술 작 먹는 놈이 결국 개골창에 코 박고 뒈지는 법이야. 주먹 쓰는 걸 배우면 언젠가 결국 주먹질을 하게 돼 있거든. 그러니 애초에 안 배우는 게 나아.

- 카, 카, 칼판장님, 아니 사, 사부님. 저는 누구하고 싸, 쌈질을 하려고 배우려는 게 아닙니다.

삼촌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 저, 저, 저, 저는 이, 이, 이소룡 같은 훌륭한 무, 무, 무도인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사의 격동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 나 역시도 이 시대를 살아온 세대가 아니기에 브라운관이나 책에서만 그 이야기를 알 뿐.. 급격한 산업화와 독재정권으로 인해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혼란의 시대였다고 한다. 그러한 시대의 삶이란 삼촌 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나 탄탄대로였을 리는 없다. 힘든 고난이 연속되는 삶 속에서도 삼촌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이소룡이라는 영웅과 순수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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