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에서 취직을 하려면, 그것도 좀 이름있다 하는 기업이나 잘나간다 하는 회사에 취직을 원한다면 필수적이고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 중 하나가 바로 토익(TOEIC)이다. 물론 다른 조건들도 중요시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토익이 최우선이다. 토익..우리 한글이 아니라 바로 영어다. 요즘은 태교도 영어로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영어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접해왔지만,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큰 산과 같은 존재이고,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긴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실력이 쑥쑥 오르는 것도 아닌지라 약간의 거부감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목부터 확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토익이 중요시되고 있냐하면 소설의 제목이 '나의 토익 만점 수기'가 될 정도 인가.. 책을 읽기 전엔 토익 만점 수기에 관련된 책인데 왜 표지는 바나나인가?! 하는 의문을 자아냈는데 책을 다 읽을 무렵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을 읽은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재미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너무너무 공감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나도 겪어 본일이기에 가슴 아팠다.

 

토익 590점을 맞은 주인공은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마약상의 인질이 된다는 위험한 거래에 응하게 된다. 겉으로는 착실한 바나나 농장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와 '아폴로 13호'를 숭배하며 땅 속에서만 지내는 그의 아내, 은퇴 후 약간은 비밀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토익 성우 부부,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모습의 예수를 섬기고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 까지.. 솔직히 주인공들만 봐서는 어이없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지만, 내용은 이시대 청춘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아픔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한텐 토익이 일루미나티이구나."

"후회는 없어요." 내가 말했다.

요코는 모른다. 국내파 한국인이 영어를 마스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어차피 한 번은 죽다 살아나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도 현실적이고 공감대 형성으로 마냥 웃으면서만 읽을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실생활에서 영어를 막힘없이 자유롭게 구사하는 그가 원하는 목표는 원어민 처럼 말하기가 아닌 토익 만점이라는 것에 매달려야했는지.. 또 그 토익점수를 위해 자신의 한쪽 눈을 희생한 점이라든지..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겪어봤을 법한 '나도나도!!'라고 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너무도 현실적이었다.

 

흔히들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20대는 청소년기의 질풍노도에 못지 않게 심리적 격동기로,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외수 선생님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왜 20대에 성공하려고 하는지 답답하다. 그 시간에 실력 연마에 힘써라. 저는 성공을 늦게 했다. 실력 연마를 뒤늦게 한 셈이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조급해 하지 않고 열심히 갈고 닦으면 나의 30대는 더 빛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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