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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양성평등이라고 해서 과거에 비해 여권 신장에 대해 많이 대두되는 편이고, 아직까지도 남성우월주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여성들의 권리확보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논의와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드라마들을 보면 종종 여성들이 핍박받는 삶.. 자기자신의 권리를 찾기보다는 어려서부터 현모양처를 꿈꾸고, 혼인 후에는 부모님을 봉양하고, 남편 뒷바라지, 그리고 자식들을 위한 삶을 그려왔다. 물론 드라마 속에서나 등장하는 그런 단골 소재 인줄 로만 알았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의 누이로 알려진 난설헌.. 사실 그미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는 없었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아이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총명함을 보였던 그미였지만, 집안끼리 맺어진 혼담과 함이 들어오는 날 여러 가지 징조들로 하여금 결혼생활이 불행하리라는 것을 암시해준다. 외로운 첫날밤, 두렵고 서러운 첫날밤을 보내면서 그미의 삶은 더 이상 그미의 것이 아니었고, 어느 한 군데 마음 둘 곳 없는 그미는 하루하루가 숨막히는 삶을 살게 된다. 첫아이의 유산, 딸 소헌과 아들 제헌까지 그미의 품에서 싸늘히 식어가고,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던 그미도 스물일곱, 짧고 불행한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나에게 세 가지 한(恨)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고된 시집살이를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종종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면들로 하여금 대리경험을 해본터라 확 와닿았다기 보다는 읽는내내 가슴 한구석에 큰 돌덩이가 누르고 있는듯한 답답함과 짜증이 밀려왔다. 아무리 시대가 그러하다지만, 너무도 안타까운 삶.. 물론 무능력하고 그미를 무시하는 남편이나 아들보다 잘난 며느리를 가시처럼 생각하던 시어머니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난설헌 자신이 진짜 현명했더라면, 좀 더 처우를 달리하여 시집생활을 할 수는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처음 글을 쓸때 '아름다운 여인'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고 싶었고, 그에 적합한 인물이 난설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느낀 난설헌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안타깝고 너무 가슴저미는 삶을 살다간 여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난설헌을 그미라 일컫는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미'라는 말을 검색해보니 주로 문학작품에서 '그녀'를 멋스럽게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왠지 멋있어보이는 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