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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방한한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이 올해 100년을 맞는 한일 강제병합에 대해서 "한국인들이 나라를 빼앗기고 민족 자긍심에 크게 상처받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했다. 한일합병.... 1910년 8월 22일에 맺어진 이 한일합병 조약에 의해 우리의 역사는 일제 식민지하의 치욕적인 삶을 살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된 대한제국과 그 역사속에 잊혀진 한 여인이 있었다. 고종황제의 막내딸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족 ... 암울하고 참담한 역사속에서 황족이라는 이름에 걸맞듯이 한송이 꽃과 같은 삶을 살았다라기 보다는 철저하게 짓밟히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간 한 여인.. 바로 덕혜옹주가 그녀다.
나라를 잃은 설움 속에서 너무 귀한 자신의 딸을 지키고자 소망했던 고종황제..결국 그는 끝내 자신의 딸을 지키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되고, 그 후 덕혜옹주는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감시와 냉대 속에서 십대 시절을 보내게 된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핏줄을 끊어버리기 위한 일본의 만행으로 그녀는 일본인과 강제적인 결혼을 하게 되고, 더욱더 처절하게 짓밟히며 조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토록 돌아가길 원했던 조국에서는 일본의 패망후에는 그녀를 잊은채 그누구도 그녀를 찾지 않았고, 7년동안의 감금생활과 일방적인 이혼통보 등 그녀는 점점 삶에 대한 의욕을 가지기 보다 그 끈을 놓아버린다.
사실 지금 생각한다면 한없이 부끄럽게 생각되는게 책을 접하기 전까지만해도 덕혜옹주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설령 그 이름을 알았다하더라도 유명한 위인들처럼 크게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인물도 아니었기에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왜 진작 그녀를 알지 못했고.. 그녀의 삶을 함께 아파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나라를 잃은 슬픔과 한.. 그 속에서 설움을 받으며 처절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덕혜 한명뿐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더욱더 그녀의 삶이 가슴을 후빌 정도로 큰 슬픔으로 다가왔던 것은 남들처럼 대단한 소망을 가진것도 아닌었던 그녀가 내 나라 내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정말 작다면 작은 그 간절했던 소망.... 다시 조국으로 돌아오기까지 3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녀가 겪었을 그 외로움과 안타까움이 전해졌기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 볼모로 끌려가 철저하게 냉대와 괄시를 받으면서도, 나라를 잃은 ... 하지만 한 나라의 백성으로 마지막 핏줄으로 절대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던 덕혜.. 만약 그녀가 망국의 옹주가 아니었다면.. 그녀가 단지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면 그렇게 외롭지도 아프지도 않았지 않을까...
덕혜옹주의 삶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는 책은 2008년 일본의 여성사 연구가 혼마야스코가 발간한 책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발간된 책이다. 물론 실존인물들과 가공의 인물들이 적절히 섞여있긴 하지만..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녀를 조금이나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