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독서광 정혜윤이 들려주는 런던 이야기

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먼저 <(언젠가 떠날 너에게) 런던을 속삭여줄게>라는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에 끌려 단순히 런던을 여행하고 와서 쓴 여행 관련 책자라 생각하고 이 책을 펼친다면 그건 크나큰 오산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정혜윤 저자의 전작들을 접해본 이들이라고 한다면 그녀의 지독한 책사랑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이 책을 접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실망하기는 커녕 그녀의 기상천외한 여행기에 오히려 감탄할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저자가 선택한 런던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라든지 세인트폴 성당, 대영 박물관 등등 런던을 여행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한번쯤은 들리게 되는 일명 필수코스에 속하는 그리 새롭지 않은 여행코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다른 여행 책자들과는 다른 .. 여행에세이의 형식을 띄고 있기는 하지만 그냥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이야기 책?!!.. 어쨌든 그녀를 '지독한 독서광'이라고 칭하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자신의 기량을 한껏 발휘해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런던을 여행하고 와서 들려주는 런던이야기라고 한다면.. 단순히 런던의 그리고 다녀온 여행지 소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있지만.. 똑같은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그 책을 읽고나서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듯이,  그녀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탁월한 글솜씨와 상당한 독서량으로 축척해놓은 방대한 지식들이 있었으니..
그녀가 들려주는 런던은 단순히 그 런던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해서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소설 그리고 시의 일부를 곁들여 놓고... 적절한 타이밍(?)에 '아~!!'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인용능력까지..
나도 어느정도의 독서량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책 읽는 재미와 즐거움이 배가 될듯도 싶다.
 
기존의 여행책들을 읽고 나서는 그 여행지가 '멋있다'라는 생각만 들게 하지만, 정혜윤 작가가 들려주는 런던은 매혹적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주는 .. 여행책자인지 아니면 그냥 이야기 책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독특한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