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받은 성적 학대로 인해 24개의 인격으로 자아가 분열되었던 한 남자의 실화를 기록했던 책 "빌리 밀리건" 이 책에서는 1977년 대학가 연쇄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었다가 다중 인격장애와 정신 이상으로 무죄 혐의를 받은 빌리 밀리건의 소외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빌리 밀리건"을 통해 그냥 개그 프로그램에서 우스갯 소재로 이용하던 '다중인격' 이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가지게 되었고..육체에 생기는 병만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정신에 생기는 병 역시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이번에 만난 책 <13번째 인격>은 제목에서부터 빌리 밀리건을 연상시켰다. 작가로는 2007년 개봉한 배우 황정민 주연의 "검은집"의 원작자로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기시 유스케.. 그의 전작들을 접해본 적은 없지만.... 그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을 통해 기시 유스케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깊이!! 새기게 되었다.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한신 대지진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집과 가족을 잃고 대피소에서 생활을 하고, 이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찾아온 자원봉사자들.. 그 중 다른 사람들의 사고와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초능력 '엠파시'라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유카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유카리는 자원봉사를 하던 중, 16세 소녀 치히로를 만나게 되고 주위 사람들과 엠파시를 통해 그녀에게 몇가지 정신적인 문제.. 바로 생에 힘든 순간들이 찾아 올 때마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인격들을 만들어 내는 다중인격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치히로의 그 분리된 인격들을 하나로 통합해 주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치히로의 수많은 인격들 중 가장 위험하다는 느낌을 주는 'ISOLA'.. 원망과 분노로 가득찬 이 인격으로 인해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게 된다.. 사실 치히로는 그녀의 13번째 인격 ISOLA때문에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가해자 이면서도 다중인격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또다른 피해자이기도 하다. 5살 때 사고 이후 숙부 내외에게 학대받지 않고 잘 치료받고 감싸줄 누군가가 있었더라도 그녀의 인격이 그렇게 까지 분리되지도 않았을 것이고...ISOLA 역시 치히로에게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무튼.. 유체이탈이라든지 다중인격이라든지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엠파시 역시 모두다 흥미로운 소재들로 이루어진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어서 기시 유스케의 다른 작품들을 접해 봐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