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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 아들이 살해당한 후, 남은 가족의 끝나지 않은 고통을 추적한 충격 에세이
오쿠노 슈지 지음, 서영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1997년 고베..일본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희대의 엽기 연쇄살인극이 일어난다.. 일명 사카키바라 사건..
초등학생을 유괴.. 살인한 후 목을 잘라 인근의 방송국과 중학교 정문에 올려놓는 정말 끔찍한..더욱이 시체와 함께 "살인이 즐겁다"라는 메모까지..
이 사건이 더 끔찍했던 이유로는 정말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던 범인이 바로 14세 중학생이었다는 사실이다.
사카키바라 사건을 조사하던 프리 저널리스트 오쿠노 슈지는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과거 1969년에 일어났던 한 고등학생 살인사건에 주목하게 된다.
"지금까지도 그 사건을 안고 사십니까?"
일본의 어느 학교 뒷산 진달래밭에서 한 고등학생이 온 몸이 난자 당하여 피투성이로 죽은채로 발견되었고..그리고 밝혀진 놀랍게도 히로시를 살해한 범인이 바로 같은 학교 학생이자 같은 반 친구였던 A였다는 사실..
사카키바라 사건을 계기로 오쿠노 슈지는 9년간 히로시 사건의 피해자인 그의 가족들을 취재하여 그들의 아직까지도 지워지지 않은 상처와 고통들을 밝혀내고자 추적하게 되었다.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는 저자가 그러한 끔찍한 사건을 겪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 가족과 법의 헛점으로 인해 지금은 사회로 복귀해 살아가고 있는 가해자를 추적하고 있는 내용으로 피해자 히로시의 어머니 구니코와 그의 여동생 미유키 모녀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빠의 사건이 일어난지 30년이 흘렀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세상 사람들도 그 일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우리 마음 속에서는 시간이 멈추어버렸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오빠를 잊을 수는 없다.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잊은 것은 아니다. 말하고 싶지 않아서 봉인해주었을 뿐 오빠는 늘 내 마음안에서 누름돌처럼 눌러 앉아 있었다."
사실 히로시 사건이 일어난 지도 벌써 30여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있는데 어언 30년이 흘렀다고 하면 그 사건을 잊을 수 있었을까?!!
병이 들어서..혹은 정말 피치못할 사고롤 인해서 자식을 또는 가족을 잃는 일이 생겨도 평생 그 가족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아니 잊혀지지 않고 가슴 한켠에 남아있을 것인데..정말 이유조차 납득할 수 없는 일로 히로시를 잃어야 했던 가족들에게는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정말 더욱더 경악스러웠고 치가 떨렸던 것은 그 사건의 범인 A는 사회로 복귀하여 아주 떳떳하게 남들을 법으로 보호해주는 변호사가 되어있었다는 사실과 정말 뻔뻔하리만큼 눈꼽만큼의 뉘우침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에서 화가 날 지경이었다.
A의 뻔뻔함에도 화가 났지만..그가 변호사라는 사실...아니!!! 사람을 죽이고 가족들에게 그런 상처를 준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변호해주고 보호해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A를 사회로 다시 복귀 할 수 있도록 해준 그 허점 가득한 법에도 정말 화가 난다.
"A는 히로시에게 물리적인 상처를 입혀 살해했지만 그 가족에게는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입혔다.
그 상처는 3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치유ㅚ지 않았다."
사실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는 히로시 사건을 재조명해 A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잊혀지고 나면 내일도 아니고...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무심한 요즘...
그러한 피해로 인해 참담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음을..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그 아픔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관심속에서 병들고 상처입은 피해자들...보호받지 못한 인권...그리고 그 피해자들의 인권조차도 보호하지 못하는 현행 법의 문제점!!!
정말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