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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이 왜 전쟁이 벌어진 거냐고, 왜 사람들이 굶주리고 총에 맞고 있는거냐고 물어보는데 대답해 줄 수 없을때, 그 애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을 때... - 144p
뒤쪽 언덕으로 포탄 한 개가 떨어진다. 탕하고 자동 소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포탄 하나가 또 떨어진다.
폭력의 언어, 폭력의 대화다. 그는 다시 사라예보로 돌아와 있다. - 227p
드라간은 자신이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절대로 잊을 수 없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 전쟁이 끝나도, 삶이 예전과 어느정도 비슷한 모습으로 돌아가도 자기가 그때까지 살아있어도, 그는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설명에는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사라예보엔 논리라는 것이 전혀없다. 그는 아직도 이 사태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믿을 수 없기를 바란다. - 229p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1992년 유고슬라비아의 수도였던 사라예보에서 발생되었던 내전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이다.
사라예보에서는 몇 달째 무차별적인 저격수들의 위협 아래 외부로부터 고립된 사라예보의 사람들은 공포..그리고 굶주림에 몹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 혼란한 분쟁 속에서 한 빵집에 사람들이 빵을 사려고 줄 서 있다가 갑작스런 폭격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그 거리에서 한 첼리스트가 매일 ..22일간의 연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첼리스트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은 차가운 심장을 가진 저격수 애로..
가족들이 먹고 씻는데 사용해야 할 물을 길어오기 위해 목숨을 내걸고 사선을 넘는 한 가정의 가장 케난..
그리고 전쟁의 시작과 함께 아내와 아들을 이탈리아로 대피시키고 자신은 누이집에 얹혀사살고 있는 드라간까지..
이 책에는 이 끔찍한 전쟁을 멈춰줄 수 있는.. 또는 그 전쟁 속에서 많은이들의 목숨을 구했다거나 하는 영웅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극적인 사건으로 전쟁이 해걸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그 혼란속에서도 살아가야하는 이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을 뿐..
그 삶의 이야기 또한 뭐 그리 대단한 삶이 아닌 총알이 빗발치고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인간으로써..인간다움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그런 삶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명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영화를 보고나서도 계속해서 떠올랐던 한 장면..
바로 그 거대한 배가 침몰되는 위기 상황속에서 승객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해 주던 연회장 악사들의 모습이다.
아무도 듣지 않는 그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연주 대신 조금 서두른다면 자신의 목숨을 건질 수도 있을텐데...
안타깝고 가슴아프지만...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주던 악사들의 모습이 너무 멋졌던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그 역시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킬 생각은 하지 않고 죽은 22인의 사람들을 위해 연주한다.
물론 그 결과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 기분나쁜 거리에서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서서히 모여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거리로..
즉 앞으로 열릴 희망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