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 1
한산이가 지음 / 몬스터(다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증외상센터란 응급의료센터의 상위개념으로, 교통사고나 추락, 총상 등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센터다. 국내 외상환자 사망률은 35% 이상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일찍이 응급진료체계 정비를 서두른 나라에서는 사망률이 이보다 낮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외상외과 의료진으로 꼽히는 아주대병원 이국종교수가 외상외과 소말리아 해적에서 총탄을 맞은 석해균 선장의 치료로 중증외상센터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전국적으로 센터 건립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도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닌 현실이긴 하지만 많은 관심으로 지금은 예전보다는 개선되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심에 걸맞게, 웹툰을 잘 챙겨보지는 않는데 가끔 생각 날 때 마다 한번씩 챙겨보는 것 중 하나가 <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다. '이국종 교수'를 모델로 삼아 '현직 의사'가 직접 쓰고 있다고 해서 꽤나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고, 곧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

'돈도 주고, 중증외상팀도 만들게 해준다고 해서 오기는 왔는데......'

와보니 역시가 역시였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중증외상 환자를 제대로 된 환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그저 혹으로 여길 따름이었다. 웬만하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이왕 왔으면 대강 처치해서 보내길 바라는.

원래 바쁘기로 소문난 한국대학교 병원 응급실에 좌측 복부에 찔린 상처의 환자가 급하게 들어온다. 돌아가며 당직들이 근무한다는 중증외상팀의 그날 당직 외과의 양재원은 응급 호출을 받고 처치실로 내려왔고 우선 CT부터 찍자고 한다. 그 순간 떡 벌어진 어깨에 하얀 얼굴, 치렁치렁한 머리를 가진 누가봐도 의사가 아닌 보호자가 들어오고 재원을 멍청한 의사라 칭하며 수술을 지휘하기 시작한다. 믿을 수 없는 실력으로 상처부위를 한번에 알아채고 순식간에 수술을 성공리에 마친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추천으로 한국대학교 병원 외상외과 전문의로 오게 된 백강혁 교수였다. 처음 응급실에서 만난 외과의 양재원을 항문학과라는 이유로 '항문'이라 부르고, 외상외과 간호사를 '조폭'이라 부르며 조금씩 팀을 만들어가려 하지만, 병원 예산 적자의 큰축이라는 이유로 미운털이 박히게 된다. 그중 외과 과장 한유림 교수는 자신과 같은 항문외과 펠로우였던 양재원을 데려가 버린 백강혁을 눈에 가시로 여기고 있었는데, 자신의 딸 한지영이 사고로 응급실로 들어오게 되고, 한치의 고민도 없이 심장수술을 해낸 백강혁에 앞으로 둘 사이가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뇌사판정 부모를 만나러 오던 보호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다 자신의 부모의 간을 이식받은 수술로 인터뷰를 하다 백령도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백령도로 향하게 된다.

"야, 넌 의사야. 의사는 의학적인 판단만 해. 네가 판사냐? 철학자야?"

"그렇진 않죠......"

"그럼 나머지 사안에 관해선느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전달해. 그 사실에 네 사견 넣지 말고. 죽었으면 죽었다. 다쳤으면 다쳤다. 이렇게."

의학적인 전문용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웹툰을 기반으로 쓰여진 소설이라 그런지 술술 잘 읽혔다. 그렇다고 해서 유치해보이고 가벼워 보인건 전혀 아니다. 정말 잘 쓰여진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현실에는 이렇게 사명감 있고 천재성 있는 의사가 많진 않을 것이다. 책이나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인물들이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 좀 안타깝기도 했다. 환자를 살리는 의사보다 흑자를 많이 남긴 의사가 더 대우받는 세상이라니.. 이 험난한 고난들을 헤치고 앞으로 한국대학교병원에서 백강혁 교수가 중증외상팀을 어떻게 꾸려갈지 다음권이 몹시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