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평점 :

파리에 살고 있는 피아니스트 토마 앞에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난, 아버지 레몽이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늘 바빴고 서로 그리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토마는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다소 황당스러운 아버지의 부탁을 받게 된다. 그건 바로, 자신의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못다 이룬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다소 허무맹랑한 유령의 소원이고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말 많고 까탈스러운 아버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토마는 아버지 유령과 함께 이상한 여행을 하게 된다.
나는 멋진 인생을 보냈고, 네 인생은 훨씬 근사할 거야. 너를 기다리는 모든 걸 기억해. 너의 연주회, 사랑, 아름다운 아침, 살아 있는 기쁨. 네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모든 것들을. 살아볼 만한 멋진 인생이잖아.
죽은지 5년 만에 아들의 눈앞에 나타난 아버지 레몽의 소원이 불편하긴 했다. 본인들은 죽어서까지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랑이었을지 몰라도, 현실은 외도가 아니었나 싶다. 어이없는 상황이 분명하지만, 작가의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인해 토마와 레몽의 대화가 유쾌하고 미소짓게 만든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죽은 영혼이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무섭기도 하고, 보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반가울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영화의 한장면과도 같은 이야기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어버린 유령 아버지와의 만남이라니. 토마는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생전 애틋한 관계가 아니었던 아버지와 아들이었지만, 다시금 인간적 유대감을 느끼게 되고, 새삼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은 생각조차 하고 싶진 않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겪어야 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있을 때 잘하자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꼭 천국으로 갈게, 너를 사랑하니까. 아들아, 아버지라는 건 그런 거였어. 그리고 영원토록 네 아버지로 있을께.
가끔 잊고 지내던 작가의 신작을 접할 때면 예전에 느꼈던 감동과 반가움이 함께 밀려온다. 출간 되기도 전에 판권이 사들여져 영화로 제작 되기도 했던 '저스트 라이크 헤븐'의 작가인 마르크 레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프랑스 작가'로도 손꼽힌다. 지금은 베르나르베르베르가 더 유명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며.. 마르크 레비의 전작들이 대부분 품절되거나 절판인 상태여서 못읽은 책들도 있기에 아쉬움도 있지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작가임이 안타까울 정도로 신작으로 다시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