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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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꼭 봐야 할 로맨스 영화로 손꼽는 수많은 영화 중 하나인 '독특하면서 여운이 오래 남는다'라는 평을 받는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얼마전 <조제>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되어 개봉되었다. 국내에서 처음 개봉되었을 땐 크게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원작에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했던 영화이기도 했고, 실제 영화 속에 등장했던 배우들 조차 '인생연기'로 열연하며 인생영화라 불리울 만큼 유명한 영화다. 잘생기고 멀쩡한 대학생이 자신만의 어둠 속에 갇혀 사는 몸이 불편한 여자와의 사랑, 그리고 결국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이별에 대해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렸던 영화로 기억한다. 곧 애니메이션으로도 개봉한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었고, 언젠가 원작을 꼭 읽어봐야지하고 미루고 있다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물고기 같은 츠네오와 조제의 모습에, 조제는 깊은 만족감을 느낀다. 츠네오가 언제 조제 곁을 떠날지 알 수 없지만, 곁에 있는 한 행복하고,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제는 행복에 대해 생각할 때, 그것을 늘 죽음과 같은 말로 여긴다. 완전무결한 행복은 죽음 그 자체다.

'우리는 물고기야, 죽어버린 거야.'

장애인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가지고 있어 남들 눈에 잘 띄지 않게 조용히 살아가던 조제 앞에 츠네오가 나타났다.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늘 있었지만,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만의 어둠 속에 갇혀있던 그녀를 츠네오가 밖으로 이끌어 줬고, 조금 더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언제나처럼 사랑은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 다가오고, 또 어느덧 진정한 사랑에 대해 깨닫는 순간 그 사랑은 저멀리 멀어져만 갔다. 하지만 츠네오로 인해 나온 세상을 이제는 조제 혼자서도 나갈 수 있게 된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인생이 끝난것이 아니니까. 또 그렇게 새로운 사랑이 올 테니까.어찌보면 너무도 평범한 청춘들의 이야기지만, 현실이라는 제약 때문에 조금은 씁쓸했고 애잔함과 긴 여운을 준 특별한 사랑 이야기였다.

어른이란 존재는 그 상냥함 뒤에 언제나 공갈과 위협의 칼날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그런 순진한 신뢰가, 우네의 가슴에 아프게 와닿는다.

당연히 장편 소설을 생각하고 읽은 이 책은 총 9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의외로 너무 짧았던 이 단편 소설을 영화로 그려낸 것도 대단했고, 솔직히 소설보다 영화에서 보여준 세세한 감정들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아마 단편이기에 짧게 끝날 수 밖에 없는 아쉬움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외에 각기 다른 연애와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공감이 가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두 글자에 정답이란게 없듯이, 노처녀로 결혼을 앞둔 여동생에게서 느끼는 기쁘고, 슬프고, 쓸쓸하고 씁쓸한 그 묘한 감정들, 젊은 여자를 임신시켜 떠다는 남자를 보내는 여자의 마음, 남자들은 알 수 없는 여자들이 즐기는 삶과 성 등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고, 단순한 연애 소설이라기 보단 긴 여운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두는 이야기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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