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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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빵이 만들어지기 까지, 한 권의 책이 출판되기 까지, 빵과 책은 지금 당장 만들어내고 싶다고 해서 쉽게 뚝딱 나올 수 있는게 아니다.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죽을 빚고, 숙성의 시간을 거쳐 오븐에 구워내는 인내의 시간, 작가가 한 권의 책을 써내기까지는 더 많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 시간들을 거쳐서 탄생하는 빵과 책이라서 그런지 그 둘은 곧 잘 어울린다. 서늘함보단 차가움이 더 느껴지는 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이 순간, 한 권의 책을 읽으며 거기에 빵까지 곁들인다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하루와 하루 사이를 박음질하듯 이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 채 매일매일 그저 자신에게 최선이라 믿는 길을 선택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 한, 사노의 질문은 길 잃은 자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빛날 것이다.

어느덧 등단한지 10년 가까이 된 백수린 작가는 빵집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고민을 했을 정도로 베이킹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결국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어 취미로 빵을 굽고 있을 정도니 그 마음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정한 매일매일> 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과 따뜻한 감성, 탄탄한 이야기로 한국 문단을 이끌어갈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아 온 백수린 작가의 첫 산문집으로 2017년 부터 2019년 까지, 경향신문에 '책 굽는 오븐'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빵과 책을 굽는 마음"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책과 빵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산문집이었다.

작가는 책을 읽다가 그 속에서 등장하는 음식과 빵이 나오는 구절에서 특히나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와 충분치 않은 대화로 쌓인 오해를 풀어준 따뜻한 빵이라든지 작가들의 작가라는 별칭이 붙은 제임스 설터의 <소설을 쓰고 싶다면> 속 티라미수, 캐서린 민스필드의 <가든파티>에서 나왔던 고드버 상점의 슈크림 빵 등, 다양한 책들과 그 속에서 등장하는 여러 빵들을 매개로 작가의 깊은 고뇌, 사랑, 온기 등을 보여줬다.

사는 것이 힘들고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는 어느 날, 온기가 남은 오븐 곁에 둘러앉아 누군가와 단팥빵을 나누어 먹는 상상을 해본다. 긴 시간 정성껏 졸여 만든 달콤하고 따뜻한 앙금이 들어 있는 단팥빵을. 그것은 틀림없이 행복한 장면이겠지만 그런 순간에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고독할 것이라는 걸 나는 이제는 안다.

책 속에서 추천해주는 책을 다 읽은 건 아니었지만, 곳곳에서 등장하는 음식, 빵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읽으면서 더 반가웠던 것 같다. 단순히 그 책을 추천하고자 쓴 글도, 그 빵에 대한 예찬론도 아닌 심적으로 피곤한 요즘, 하나씩 구워낸 문장들을 곱씹을 수 있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따뜻한 산문집이었던 것 같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해서 그런지 이불 속에서 갓 구워 낸 빵 냄새의 설렐임과 함께 맛깔나는 책 한권을 곁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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