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쿠치바 전설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2007년 제6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이라고 소개하고는 있지만 사실 추리에 해당하는 부분은 전체 내용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보다도 독서클럽과 같은 구성이 돋보였다. 오랜 전통을 가진 명문가가 급격한 시대의 변화를 맞이하면서 변모하는 모습들을 지켜본 세 명의 여자. 사쿠라바 가즈키의 눈이 시리도록 선명한 색감과 동화적인 요소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국내에 소개된 사쿠라바 가즈키의 작품 중, 「독서클럽」과 더불어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다. 여담이지만, 좋은 책은 몇 년 혹은 몇 십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아카쿠치바 전설」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물론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고양이를 싫어하는 남자가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의 시작만으로도 내용이 얼마나 재미있을 지 상상이 갈 것이다. 잘 만들어진 시트콤처럼 적절한 웃음과 감동의 비율이 좋았고, 주변 상황과 때로는 자기 자신까지 풍자하는 작가의 유머감각은 더더욱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해자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행위는 기지개를 켜는 것과 비슷하다. ‘훌륭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은 이전엔 닿지 않았던 곳까지 손과 발을 늘려서 상상한 것 이상의 시원함을 준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항상 훌륭한 편에 속했다. 그의 책은 누군가 마음을 훔쳐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로 사실적이다.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스스로 말했지만, 이 정도의 디테일을 표현하려면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힘들것이다. 한 때 붐을 일으켰던 인터넷 소설이라는 장르는 이런 디테일이 부족하다.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20대 여교사, 일대 다수로 어른들을 때려 눕히는 고등학생, 아이큐가 무려 300에 임박하는 천재 캐릭터의 등장은 기가막히다. 저런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도 글에 등장하는 인물 자체의 사실성이 안쓰러울 정도로 형편없다. 직업은 항상 바뀌지만 늘 일은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거나 연애를 하는 어중간한 드라마의 인물들처럼. 그렇기 때문에 「방해자」는 더욱 돋보인다. 굳이 멋있는 대사를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설정도 필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과 사건들을 보고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직업을 몇 십년 간 직접 겪었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인터넷 소설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고는 하지만 수준 이하의 소설들이 많고 쏠림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사실이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발전하는 수밖에 없다. 의미 없는 도토리 키재기 보다는 좀 더 훌륭한 작품들을 지향점 삼아 노력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 딴소리지만 책 디자인이 깔끔하게 잘 나온 것 같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때였던가 필독도서 목록에 있는 책 제목을 보고는 호밀밭이 있는 시골에 사는 청소년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꽤 시간이 흐르고 책을 읽은 지금에서야 내 예상이 책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게 되었다. 책에서 실제 호밀밭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이 이야기는 후련하다거나 엄청난 깨달음을 주는 부류에 속하지는 않는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고 있는 주인공의 입장을 봐도 통쾌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상은 할 수 없다. 주인공인 홀든의 생각에 공감하는 부분이 늘어나다 보니 그의 복잡한 고민과 끊임없는 불만, 엉뚱함에 전염되는 기분이 들었다. 
 

 * 번역이 출판사마다 차이가 있다고 하니까 다른 출판사의 책도 한번 읽어봐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주노인
후지와라 토모미 지음, 이성현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순식간에 너무 많들 것들이 변해버렸고 또 변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좀 커가면서 강원도 산골에 있는 외가와 도시의 차이가 점점 분명해졌다. 외가에서는 유독 “이웃”에 관한 이야기를 내 일처럼 말하며, 온다간다 말없이 지나가다 들러서 물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고 도시에 “이웃”의 개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시골과 비교했을 때 그 모습이 많이 다르다. 길에 쓰러진 사람이 있어도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거나 못본 척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풍경이 이렇게나 달라졌다. 그러니 사람을 상대로하는 서비스업은 당연히 그에 발맞춰 변모할 수 밖에 없다. 십대를 비롯해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은 변화를 수용하는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노인들은 이런 변화를 알아채고 반응을 보이는 텀이 비교적 느리다. 게다가 노인들에게는 쉽사리 바꿀 수 없는 확고한 삶의 자세라는 것을 갖고 있다. 단절되는 사회, 인터넷과 핸드폰이 주가 되는 커뮤니케이션. 인간의 외로움을 가증시키는 이런 환경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들이 결국 폭주노인을 등장시켰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책을 들여다보면 폭주노인은 비행 청소년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들인데 사회적 사건이 아닌 범죄라는 측면만 강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잖아도 궁지에 몰린 사람을 더 밀어내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너무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 혹시 그 놓친 것들 속에 “이해”나 “관심”은 없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