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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자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행위는 기지개를 켜는 것과 비슷하다. ‘훌륭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은 이전엔 닿지 않았던 곳까지 손과 발을 늘려서 상상한 것 이상의 시원함을 준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항상 훌륭한 편에 속했다. 그의 책은 누군가 마음을 훔쳐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로 사실적이다.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스스로 말했지만, 이 정도의 디테일을 표현하려면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힘들것이다. 한 때 붐을 일으켰던 인터넷 소설이라는 장르는 이런 디테일이 부족하다.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20대 여교사, 일대 다수로 어른들을 때려 눕히는 고등학생, 아이큐가 무려 300에 임박하는 천재 캐릭터의 등장은 기가막히다. 저런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도 글에 등장하는 인물 자체의 사실성이 안쓰러울 정도로 형편없다. 직업은 항상 바뀌지만 늘 일은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거나 연애를 하는 어중간한 드라마의 인물들처럼. 그렇기 때문에 「방해자」는 더욱 돋보인다. 굳이 멋있는 대사를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설정도 필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과 사건들을 보고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직업을 몇 십년 간 직접 겪었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인터넷 소설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고는 하지만 수준 이하의 소설들이 많고 쏠림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사실이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발전하는 수밖에 없다. 의미 없는 도토리 키재기 보다는 좀 더 훌륭한 작품들을 지향점 삼아 노력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 딴소리지만 책 디자인이 깔끔하게 잘 나온 것 같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