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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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핑거>를 보고 좋아하게 된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보증 때문에 집을 날리게 된 수빈은 딸과 함께 태국 꼬창의 방갈로에서 생활하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합니다. 그러던 중 묘령의 여인에게 연락처를 주게 되고, 귀국 후 ‘정사장’이라는 괴짜 풀뿌리 자본가에 의해 부동산 공부를 마스터, 그가 지목하는 이들에게 딱 맞는 집을 찾아주라는 의뢰를 해결하러 동분서주하게 됩니다.

만화가 서현주 작가의 <I Wish...>를 떠올리게 하는 아련하고 따뜻한 사연들이 나오면서도 개그가 숨어 있는 글이라서 질지도, 설 익지도 않은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맛난 밥을 배불리 먹은 것 같은 포만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수빈의 행방불명된 남편 그렉이 돌아오는 부분과 염세적인 냉혈한 노인으로만 생각했던 ‘정사장’의 첫사랑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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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니콜라이 고골 지음, 이항재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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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한 획을 그은 비판적 리얼리즘의 대가,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입니다. 서류를 베껴 적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9급 문관 아카키의 단조로운 생활은 그에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싼 돈을 주고 만든 새 외투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외투로 인해 생애 처음으로 동료들에게 주목받고, 문서 외의 관심사가 생긴 아카키의 인생은 변화를 꾀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외투보다 가벼운 아카키의 존재감은 부조리한 현실 속의 무력한 사람을 대변하고 있어서 우습게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타깝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삽입된 그림은 <바베트의 만찬>에도 삽화를 그린 ‘노에미 비야무사’라는 스페인 그림작가인데요, 그림 스타일이 <바베트의 만찬>보다는 <외투>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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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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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베를레보그’에 사는 두 자매는 세상을 떠난 목사의 딸로, 나이 지긋한 신도들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검소한 생활을 하는 두 자매의 집에는 ‘바베트’라는 프랑스 여인이 가정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과거 자매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었던 남자들과 감정의 골이 생겨버린 신도들은 고인이 된 목사의 100번 째 생일을 위한 만찬 자리에서 황홀한 식사를 함으로써 행복했던 날들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입니다.

두 자매의 철벽과 모태쏠로 기질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잔잔하고 교훈적인 느낌의 고딕 소설이 주는 매력이 있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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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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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가게 ‘미이마야’에 있는 ‘흑백의 방’에서 오가는 기이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이야기입니다. 다른 단편집에는 다양한 장르가 나와 있지만, <흑백>은 나오는 이야기들이 음습하고 칙칙한, 인간의 어둠을 다룬 이야기라서 조금 묵중한 느낌이었습니다.

형제의 비극을 다룬 ‘만주사화’, 저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괴담을 이야기 하고 있는 ‘흉가’, 주인공인 오치카가 안고 있는 죄책감을 낱낱히 드러낸 ‘사련’, 배덕한 사랑과 그로인한 일가의 멸망을 풀어 놓은 ‘마경’, 괴담의 당사자들이 영혼에 지워진 짐을 덜고 앞으로 걸어 나가게 되는 치유의 장인 ‘이에나리’. 이렇게 다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흉가’는 준비운동 단계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흉가’부터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어 버리는 괴담이 진행되고 ‘사련’에선 안타까운 사연이, ‘마경’에서는 뭐라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슬픈 이야기가, ‘이에나리’에서는 모험극에 비견되는 치유의 과정이 보여져서 단조로웠다가 점차 웅장해지는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감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강줄기가 바다에서 모이듯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구조는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몇 번 보았지만, <흑백>에 사용한 구조는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어둠에 묻혀 있던 연결고리를 드러낸다기보단, 먹물이 번지듯이 이야기들이 번져서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간의 이기, 후회, 탐욕 등 시커먼 마음에서 태어난 떳떳하지 못한 감정들을 괴담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지만 그렇게 쌓인 괴담들이 대단원에서 치유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장소에서 기이한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설정은 <사고루 기담>에도 있지만, 공중에 붕 떠서 흩어지고 마는 향기같았던 <사고루 기담>에는 확실한 치유의 과정이 없다는 점이 <흑백>과 다른점 같습니다.

원제는 ‘무섭다, 두렵다’는 의미의 괴담에 가까운 단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판의 제목인 <흑백>이 좀 더 운치있고 책 내용을 멋스럽게 살리고 있었습니다. 역자후기를 보면 이어지는 후속편이 있다고 하는데, 출간되면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유부녀는 이를 검게 물들인다는 점이 서술된 책이 몇 권 있는데요, 드라마에서는 미관상 표현을 안 하는 것 같지만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선 유부녀는 이를 검게 물들인다는 관습이 좀 더 자세히 나옵니다.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머리를 미는 사무라이 헤어스타일도이 만주족의 변발만큼이나 멋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서, 책 중에서 아무리 심각하게 나와도 헤어 스타일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왔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예부터 미적 감각도 뛰어났다는 사실이 새삼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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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 - 하 - 미야베 월드 제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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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질렀다는 막부의 재정부교 ‘가가 님’이 마루미 번에 있는

마른 폭포 저택으로 유배되어 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눌한 하녀 ‘호’는 가가 님의 사악한 기를 두려워 하는 무지와 그 무지를 방패 삼아 흉악한 짓을 저지르려는 사악한 무리들을 보고 겪게 됩니다. 범인의 정체보다는 연달아 일어난 사건 속에 가려진 사연과 그런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게 만든 배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오하쓰 시리즈나 헤이시로&유미노스케 시리즈와는 다른 종류에 속한다고 봐야합니다. 분위기가 지나치게 어둡고 칙칙하고 무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해맑은 소녀 ‘호’를 주인공으로 둔 작가의 노련미가 엿보였습니다.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하도 많은 인물들이 죽어 나가므로 캐릭터에게 정을 주지 말라는 말이 떠도는데요, <외딴 집>도 그렇긔. ‘아, 이 사람은 안 죽겠지?’ 하는 기대를 와르르 무너뜨리는데 그러면서도 희망적이고 긴 여운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다른 에도 시리즈들이 신선한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외딴 집>은 부패한 음식이 어떻게 거름이 되는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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