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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를 위하여 - My Pian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른이 되면 분명히 내 능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뭐든지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 때 이 영화를 봤으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거나 별로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천재소년 경민이가 아니라 저 멀리 혼자 날아가버린 꿈을 쫓고 있는 지수이기 때문이다. 유학파가 아니라는 핸디캡을 단번에 만회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인 천재소년을 만남으로써 희망을 갖고, 그 때문에 또 좌절하는 지수의 모습은 내 모습이기도 했다.
영화는 이렇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꿈과 깊은 관련이 있는 환경, 즉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혈연관계인 가족들로부터 온전한 정을 받지 못하던 지수와 경민이 서로 소통하게 되는 과정은 선생님과 제자라기보다 엄마와 아들, 혹은 친구같은 느낌을 주었고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함께 본 동생은 영화의 결말이 아쉽다고 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면 텔레비전의 사람찾기랑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실화라는 점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더 가치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민이가 지수에게 받은 꿈과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과 지수 역시 경민이를 소중한 기억의 일부로 남겨두었다는 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