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와 요코즈나 - 재일 한국인 2세 형제의 운명적 삶! 나남산문선 22
조헌주 지음 / 나남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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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한국인 2세 형제의 드라마틱한 삶을 다룬 책입니다. ‘요코즈나’는 씨름으로 비유하자면 ‘천하장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도 선수가 되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었으나 스모계에 발을 들이계 된 마사오와 어렸을 때부터 반항적인 기질이 있었던 둘째 형 슈이치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매력도 면에서는 요코즈나에 올라 전성기에 세상을 떠난 마사오의 일대기가 훨씬

흥미롭지만, 슈이치가 쓴 원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야쿠자와 술집, 문신 등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한 배경을 가진 사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요코즈나에 올랐던 마사오가 재일교포라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는 일본의 국민성은 확실히 음침하고 정신적으로 사람을 압박하는 성향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큐멘터리’를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재구성에 추측한 부분이 많기도 해서 글의 성격이 모호했고, 지나치게 흥미를 자극하는 뒷표지의 문구가 별로였습니다. 책의 내용도 제목처럼 ‘요코즈나’였던 마사오 보다는 전직 야쿠자였던 슈이치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실망스러웠습니다.


작가는 바둑기사 ‘이창호 9단’에 대한 책을 쓸 때, 스승인 ‘조훈현 9단’과의 사이에 있었던 근거 없는 소문 등을 사실처럼 적어서 소송을 벌인 적이 있는데요, 책에도 그점을 살짝 언급하고는 있는데 ‘나는 잘못한 거 없는데 억울하다. 그 이상은 노코멘트.’ 이런 식으로 휙 지나가 버려서 그리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창호 9단의 친동생이 쓴 책에서도 이 작가가 쓴 책에 근거 없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책을 다 읽어본 저는 작가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감상을 받아서 개운치 못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책에서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사실성 면에서 ‘과연?’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작가의 책을 판매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인다는 소송 결과가 나와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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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바흐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강명순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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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니스트>와 <밤의 여왕>에 이은 로버트 슈나이더의 장편 소설입니다. 앞선 두 작품과 같이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실존했던 음악가인 바흐와 그가 작곡한 음악이 나오는 등 사실적인 측면에 보다 심혈을 기울인 소설입니다. 별 볼일 없는 오르가니스트이자 아마추어 바흐 연구가인 야콥 켐퍼가 우연히 바흐의 미발표 오라토리오를 발견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된 것에 비견되는 놀라운 발견과 오라토리오가 공개되지 않은 이유 등 흥미를 가질만 한 요소가 몇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부족했습니다. 소중히 다루던 악보를 잃어버릴 뻔 했을 때 빼고는 극적 긴장감이나 전개면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작에 비해 매력이 떨어져 보였습니다.

일본인 바흐 학자의 캐릭터를 보면, 작가가 일본과 일본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특히 일본인들이 심어주려 하는 포장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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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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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핑거>를 보고 좋아하게 된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보증 때문에 집을 날리게 된 수빈은 딸과 함께 태국 꼬창의 방갈로에서 생활하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합니다. 그러던 중 묘령의 여인에게 연락처를 주게 되고, 귀국 후 ‘정사장’이라는 괴짜 풀뿌리 자본가에 의해 부동산 공부를 마스터, 그가 지목하는 이들에게 딱 맞는 집을 찾아주라는 의뢰를 해결하러 동분서주하게 됩니다.

만화가 서현주 작가의 <I Wish...>를 떠올리게 하는 아련하고 따뜻한 사연들이 나오면서도 개그가 숨어 있는 글이라서 질지도, 설 익지도 않은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맛난 밥을 배불리 먹은 것 같은 포만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수빈의 행방불명된 남편 그렉이 돌아오는 부분과 염세적인 냉혈한 노인으로만 생각했던 ‘정사장’의 첫사랑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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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니콜라이 고골 지음, 이항재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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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한 획을 그은 비판적 리얼리즘의 대가,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입니다. 서류를 베껴 적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9급 문관 아카키의 단조로운 생활은 그에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싼 돈을 주고 만든 새 외투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외투로 인해 생애 처음으로 동료들에게 주목받고, 문서 외의 관심사가 생긴 아카키의 인생은 변화를 꾀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외투보다 가벼운 아카키의 존재감은 부조리한 현실 속의 무력한 사람을 대변하고 있어서 우습게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타깝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삽입된 그림은 <바베트의 만찬>에도 삽화를 그린 ‘노에미 비야무사’라는 스페인 그림작가인데요, 그림 스타일이 <바베트의 만찬>보다는 <외투>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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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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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베를레보그’에 사는 두 자매는 세상을 떠난 목사의 딸로, 나이 지긋한 신도들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검소한 생활을 하는 두 자매의 집에는 ‘바베트’라는 프랑스 여인이 가정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과거 자매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었던 남자들과 감정의 골이 생겨버린 신도들은 고인이 된 목사의 100번 째 생일을 위한 만찬 자리에서 황홀한 식사를 함으로써 행복했던 날들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입니다.

두 자매의 철벽과 모태쏠로 기질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잔잔하고 교훈적인 느낌의 고딕 소설이 주는 매력이 있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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