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찾아 책을 읽는 나는 곧잘 절망에 빠지곤 한다. 월리스는 절대 희망을 말해주지 않는데, 동시에 그의 글을 읽다보면 세상이 얼마나 혐오스러운지, 작가가 그런 세상에 얼마나 환멸을 느끼는지, 그리고 그런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피로한지를 너무 정확하게 말해서 절대 쉽게 절망할 수도 없다.
좋지만 더 좋아하고 싶은 책.술술 잘 읽히는데, 너무 잘 읽혀서 사실 좀 가볍게 느껴진다.작가를, 책을, 내 곁에 없지만 사실은 온전히 내 곁에 있는 존재를 추적하고, 기다리고, 갈망하는, 그런 사랑의 방식을 신나게 서술한다. 너무 나라서 웃고 뭉클해지고 조금 밉워지기도 하지만 사랑스럽다.
글로는 읽지 못할 것을 읽는 느낌. 공간의 결이 느껴지는 것 같고,바람 냄새가 맡아 질 것 같고, 음울한 구름으류 가득 찬 바닷가의 하늘이 보이는 것 같다. 그녀의 외로움이 너무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