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5장까지 읽었다.
6장까지 있고 몇 개의 챕터가 부록처럼 더 붙어있으 꽤 많이 왔다고 생각한다.
라캉 입문서로 가장 좋은 책이라고 추천받았다. 잘은 모르지만 그런 것 같다. ㅋㅋ 예전에 《영화와 소설 속의 욕망이론》을 통해 라캉에 약간 접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뭘 이해했던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라캉은 자신의 개념을 끊임없이 재구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해하기 더 힘들고 오해도 많다고.
이 책의 저자는 개념을 구성하고 또 재구성하는 과정까지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어렵지 않은 게 신기하다.
예를 들어 1장에는 라캉의 초기 개념들?을 설명하기 위해 배경이 되는 연구들을 소개한다. 현상학, 거울단계, 동물연구, 헤겔에 관한 알렉상드르 코제브의 독해. 파고들어가자면 각각의 연구를 이해하는 데도 애먹을 것 같은데, 라캉의 개념과의 접점이 되는 부분들만 쏙쏙 집어낸다. 이 개념과 이론들이 어떻게 서로 상호보완하면 라캉에 이르는가, 꽤 명쾌한 이해에 이르게 된다.
(코제브의 헤겔 독해는 좀 놀라웠다. 예전에 헤겔 읽을 때 도저히 사회정치적인 얘기로 이해는 못하겠고 자아와 타자의 관계랄까 뭔가 심리적인 개념으로 썰을 풀었었다. 성적이 잘 나와서 역시 문과대는 썰푸는 능력만 있으면 커버가 된다 생각했었는데 완전 근거없는 이해는 아니었던 것... )
주체에 관해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데카르트의 주체에서 시작해, 프로이트의 주체를 경유해서 라캉의 주체에 이르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다른 사상을 경유해서 라캉 자체를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사상사를 보는 관점 하나를 더 얻게되는 느낌이다. 재밌다.
아무튼 뭔가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뿌듯하다. 겨우 책 한권읽을 뿐이지만. 한번에 이해되지는 않아서 모든 장을 거의 두번씩 읽고있다. 하루에 받아들일 수 있는 량에 한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순간이 되면 머리가 딱 멈추고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다음 날 다시 읽으면 신기하게도 슥슥 이해된다.
각 장마다 뒷부분에서는 라캉의 이론이 적용되는 사례를 붙이고 있는데 그부분은 오히려 더 혼란만 일으키는 것 같다. 전체 체계를 잡은 다음에 돌아가서 읽을 생각이다.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 대로 남겨두고 예시가 되는 부분만 집으며 읽을 수도 있긴 하지만....
정신분석이 되게 재밌긴 한데 이런거 공부 할 때는 꼭 모든 것에 정신분석을 작용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를 자꾸 분석하려고 든다.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겹고, 또 저항심도 생겨난다. 분석되지 않고 설명되지 않는, 어떤 망 속에도 얽혀들어가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로 나를 남겨두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