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으로 한 장을 쭉 읽고, 번역본을 읽으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문장, 좀 어려웠던 문장/표현 같은 것들을 확인한다.
그런데 번역이 엄청 잘 된 것 같지는 않다. 문단나눔이 원문과 다른 것도 거슬린다. 아무튼 굉장히 재밌게 읽고있다. ㅋㅋ 내 영어 실력이 딱 이 정도라는 것 ㅋㅋㅋ. 읽다보면 늘겠지. 더 어려운 책들 붙잡고 끙끙 댔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수준에 맞는 책 만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인상깊은 문장 하나를 기록해둔다.
I laughed, because he knew what I was thinking, and very few people ever know what I'm thinking. Then I went in his house.
2장의 중후반부.
메그가 시골로 이사 온 후 처음 친구를 사귀는 대목. 집 근처의 숲 쪽으로 산책을 가고, 텅빈 집들을 탐험하다 한 사람을 만난다. 윌 뱅크씨. 70세 남성.
윌은 메그를 처음만나는데도 메그의 이름을 알고있다. 메그는 어떻게 그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의아해한다. 윌은 메그에게, 밖은 너무 추우니 집으로 들어가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해주겠다 한다(눈이 내리는 겨울이었다).
그러자 메그는 망설인다.
망설이는 메그를 향해, 윌이 말한다. 네가 정말 아름다운 소녀이기는 하지만, 나는 70세 노인이고 안심해도 된다, 라고 말한다.
그 다음의 문장이다.
1.
메그는 평소에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아이다. 그런데 이렇게 딱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다.
누구나 꿈꾸는 순간이 아닐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그리고 유년기의 경험은 더 강렬하고 중요할 거라 생각한다.
메그는 도시에서 그녀가 좋아하던 것들, 자신의 방/자신만의 공간, 어둠 속에서 시간을 알려주던 대학교의 시계탑, 미술 수업, 사진 수업 같은 것들과 떨어져 시골에 와서 살고 있고, 언니과 방을 함께 쓰면서 힘들어 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그런 메그가 친구를 만나는 순간, "반짝"하는 순간이다.
2.
그런데 마음 속에서 "반짝"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메그가 친구를 만나는 이 순간이 참 따뜻하다는 걸 느끼면서도, 이 소녀에게 내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들어가서는 안 돼"라고 말하고 있다.
아이가 집 밖으로 나가 세상과 대면하는 이 순간에, 수 많은 소녀들이 느껴야 할 이 위협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끊임없이 아이들을 조심시키고 아이들도 이렇게, 메그처럼 조심하려고 노력하고/망설이는데도, 얼마나 나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지.
아이들이 조심한다는 것을 어른들은 또 얼마나 잘 알고, 또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술수를 쓰는지.
물론 메그와 윌은 좋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이 순간이 비를려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상상도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