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이야기를 알아주는 사람
     
만화리뷰-권교정의 <어색해도 괜찮아>

김윤은미 기자
2004-02-22 23:22:14


권교정의 만화는 단번에 독자를 사로잡는 강렬한 매력은 없지만, 어느 순간 독자를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그녀의 그림체도 그렇다-처음 보면 눈이 크고 턱 선이 뾰족한 표준적인 순정만화 그림체이기 때문에 밋밋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자세히 보면 드러나는 펜 선의 세밀함과 데생의 꼼꼼함 때문에 정감이 간다.

권교정은 그 편수는 많지 않으나, 환타지와 역사물을 뒤섞은 <헬무트>, SF적 성격이 느껴지는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동화나 신화에서 등장한 서사를 차용한 <붕우>와 같은 단편집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그려 온 작가다. 그녀의 작품에서 대체로 느껴지는 인상은, 어떤 장르든지 해당 장르의 성격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그녀 특유의 감성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 감성은 타인에게 느끼는 거리감과 외로움, 내면의 교류에 대한 소망이다. 등장인물들은 장르물에서 꼭 나올 법한 전형적인 인물상이지만, 그들이 표현하는 감정들은 진부하지 않다.

<어색해도 괜찮아>는 <정말로 진짜!>와 함께 권교정의 대표적인 학원물이다. 이 작품 역시 인물 구성 자체는 고전적인 학원로맨스물의 공식에 따른다. 평범하지만 나름대로 귀여운 매력이 넘치는, 여성독자들의 자기 대입이 쉬운 여자 주인공 긍하와 잘생긴 외모의 남자주인공 한강. 그리고 자유분방한 매력을 풍기는, 역시 잘생긴 남자 소현민과 강하고 차가운 인상의 예쁜 여자 최정언, 긍하의 단짝친구 현정 등이 있다. 긍하는 피아노를 아름답게 연주하는 한강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한강 역시 긍하의 노트를 우연히 발견해서 그녀의 소설들을 보면서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이들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작가는 이들의 줄다리기 과정을 기존의 학원물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그러낸다. <어색해도 괜찮아>는 한강과 같은 ‘킹카’ 남자가 정말로 현실 속에서 평범한 여성인 긍하에게 관심을 보이면,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진전되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나름의 소박한 상상을 바탕으로 답변한다.

보통의 학원로맨스물이 우연한 사건의 연속과 연적들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계속적인 긴장감을 자아내고, 아울러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은근한 스킨십으로 여성독자들의 시각적인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데 비해 <어색해도 괜찮아>는 그렇지 않다. 서로에 대한 예정된 호감과 우연한 만남의 연속이라는 설정은 같지만, 이들이 서로에게 친밀함을 느끼는 과정은 학원로맨스물의 공식과는 다른 것이다.

긍하와 한강은 책을 나눠보고, 관심 있는 행사에 함께 가고, 서로의 집에 방문하면서 친해진다. 이 과정은 외면이 아닌 내면의 교류를 통해 친해지고 싶다는 여성독자들의 소망에 부응한다. 시각적인 욕망만큼은 아니지만, 나만의 이야기를 알아 줄 것 같은-자기 동일시를 할 수 있는-대상에 대한 욕망 역시 10대 여성독자들에게 부응한다.

비교하자면, <어색해도 괜찮아>는 강경옥의 <현재진행형>에서 등장했던, 나레이션으로 깔리는 10대 소녀의 내밀한 고백이 외부로 나왔다는 인상이다. 소녀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이야기를 아무도 알아줄 것 같지 않다는 외로움에 휩싸이지 않는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책을 나누고 자신의 매력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내면의 교류를 통한 친밀함에 대한 욕구와 ‘자기만의 것’을 획득하겠다는 소망은 긍하와 한강, 정언이 서로에 대한 앎을 통해 글을 쓰겠다거나, 작곡을 하겠다는-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계속 하겠다고 결심하는-부분에서 잘 보여진다. 긍하는 보통의 학원물 같으면 질투를 느껴야 할 대상이었을 정언에 대해, 정언이 자신이 배울 점을 지닌 단단한 내면의 소유자라는 점 때문에 그녀와도 친해지기를 원한다.

긍하와 한강이 지닌 꿈이나, 한 명 두 명 친해지면서 긍하가 느끼는 기쁨은 소박하지만 공감의 여지도 크다. 여기에 어머니가 일찍 죽은 후 아버지와 소원했던 한강의 이야기와 한강과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타인에 대한 거리감을 강하게 느끼는 정언의 이야기 등이 첨가되면서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이를테면, <어색해도 괜찮아>는 1990년대의 내밀함을 원하는 여성독자들에게 잘 부합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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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나는 재즈, 맛보실래요?
[속보, 생활/문화] 2004년 02월 18일 (수) 16:30
◇일본 재즈계 물들이는 한국여성 3人 3味

일본 재즈계에서 한국계 여성 파워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재즈 시장 규모가 큰 곳. 당연히 실력 있는 연주자들과 보컬리스트들이 적지 않다. 경쟁 치열한 일본 재즈 무대에서 보컬 부문 정상권에 오른 재일교포 3인방. 게이코 리, 안 샐리, 눈. 이름만으론 국적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그들은 모두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창법과 음색도 3인3색. 게이코 리는 ‘블루지’하고, 안 샐리는 맑고 곱다. 막내인 눈은 포근하게 속삭이는 창법이 매혹적이다.

‘곰삭은 젓갈’ 게이코 리

게이코 리의 목소리는 곰삭은 젓갈 같다. 저음의 허스키 보이스. 재즈적 감각도 탁월하다. 한국 이름은 이경자(李京子). 1965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재일교포 3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 고교 시절에 퓨전밴드의 키보드 주자로 잠시 활동했다.

재즈 보컬리스트로 첫발을 내디딘 것은 93년. 도쿄와 나고야의 재즈바에서 노래하다 유명한 재즈 드러머 그래디 데이트에게 발탁되었다. 95년 첫 앨범 ‘Imagine’ 발표. 피아노에 캐니 배론, 드럼에 그래디 데이트, 베이스를 레이 드러몬드가 맡은 최상의 세션이었다. 그녀는 이 데뷔 앨범 한장으로 일본 최고의 재즈가수로 ‘떴다’. 서양인이나 일본인은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음색과 창법. 그녀의 노래는 일본 재즈팬들을 적잖이 열광시켰다.

이 음반은 곧바로 한국에 상륙, 수많은 게이코 리의 팬을 만들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웨이브진 긴 머리, 상큼하게 치켜올라간 눈꼬리, 반쯤 잠든 듯한 나른한 표정도 인기에 한몫을 담당했다. 그녀는 지난해 발표한 ‘Vitamin K’까지 모두 12장의 앨범을 내놓았다. 그동안 함께 녹음한 연주자들의 면면이 한마디로 ‘드림팀’이다. 리 코니츠, 아트 파머, 론 카터, 조 헨더슨 등.

그녀는 99년 일본의 재즈잡지 ‘스윙저널’에서 ‘베스트 보컬리스트’로 선정됐다. 현재 일본 재즈 무대에서 그녀의 라이벌은 오직 한명. 148㎝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폭발적 ‘보컬 파워’를 보여주는 치에 아야도


정도다.

내년이면 마흔. 노래에서는 해가 갈수록 연륜이 배어난다. ‘한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그녀의 목소리는 서편제 한 대목을 불러도 어울릴 듯하다. 몇해 전 내한한 그녀에게 “혹시 판소리를 들어봤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런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들었다”면서 “판소리를 몇번 들어봤는데,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끌린다”고 대답했다.

‘상큼한 샐러드’ 안 샐리

안샐리의 목소리는 맑고 투명하다. 낮은 음역에선 다소 불안할 때도 있지만, 비음이 약간 섞인 중·고역에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낸다. 게이코 리의 음색과는 정반대. 안 샐리의 상큼한 목소리는 보사노바 스타일의 재즈에서 특히 빛난다. 수면을 가볍게 차고 날아오르는 작은 새. 그녀의 보사노바는 그런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올해로 데뷔 4년째. 안 샐리는 이력이 독특하다. 게이코 리와 마찬가지로 재일교포 3세.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음악의 길에 들어선 것은 의대 재학중이던 시절, 학교 서클에서 노래를 부르면서였다. 재즈와 의학공부를 병행하며 무사히 대학을 마친 그녀는 현재 심장내과 전문의로 일한다. 의사와 재즈의 길을 동시에 걷는 보기 드문 경우. 요즘 말로 ‘투잡스족’인 셈이다.

남자처럼 짧게 자른 머리에 눈빛이 제법 강렬하다. 어두운 조명이 어울리는 게이코 리의 분위기와 달리, 안 샐리는 깔끔하고 단정하다. 음악도 역시 외모와 닮았다. 2001년 10월에 발표한 첫 앨범 ‘Voyage’는 깔끔한 그릇에 보기 좋게 담긴 일본 음식 같다. 일본에서 보사노바 기타 일인자로 평가받는 나카무라 요시로, 하모니카 연주로 전세계에 폭넓은 팬을 갖고 있는 투츠 틸레망스가 참여했다. 나카무라 요시로는 국내에 생소하지만 투츠 틸레망스는 많이 알려져 있다. 편안하게 듣기에 딱 좋은 그의 하모니카 연주를 기억한다면 안 샐리의 첫 음반에 담긴 음악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안 샐리는 지금까지 모두 4장의 음반을 내놓았다. 지난해 4월 ‘Day Dream’과 ‘Moon Dance’를 동시 발매했고, 12월엔 ‘Hallelujah’를 발표하여 일본 HMV 재즈차트의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 선보인 음반은 없다. 한국 시장에선 올봄부터 순차적으로 발매, 올해 안에 4장이 모두 출시될 예정이다. C&L과 BMG에서 각각 2장씩 내놓는다.

‘부드러운 케익’ 눈

눈은 지난해 10월 데뷔, 재즈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올해 26살. 한없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파워가 실린 목소리는 아니지만, 온몸에 감기는 듯한 부드러운 스윙이 일품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가성을 사용하는 창법. 일본의 재즈 비평가 후나미 마리네는 “눈의 가성은 우아하고 경쾌하며 포용력이 넘친다”고 극찬했다.

그녀는 재일교포 4세. 게다가 안 샐리와는 먼 친척뻘이다. 재즈계 데뷔는 우연이었다. 어느날 ‘친척 언니’ 안 샐리의 집을 방문했다가 일본 재즈계의 유력자인 스즈키 곤잘레스를 만난다. 그는 안 샐리를 데뷔시킨 프로듀서였고 소울보사 트리오의 리더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스즈키 곤잘레스는 바로 그 자리에서 눈의 노래에 매료돼 가수로 데뷔시킬 결심을 굳힌다. 그는 즉각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자고 제의한다. 바로 이 레코딩이 지난해 10월 JVC를 통해 발매된 눈의 데뷔 앨범 ‘Better Than Anything’이다. 한마디로 속전 속결. 하지만 음반에 담긴 모든 곡들이 한치의 허술함도 없다. 그만큼 눈은 재즈 보컬리스트로서의 재질을 타고났다.

이 데뷔 앨범은 최근 국내에도 출시됐다. 베니 굿맨의 연주로 유명한 ‘Moonglow’부터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Getting Some Fun Out Of Life’까지 모두 12곡을 수록했다. 재즈 스탠더드 넘버로 가득 채워진, 부담 없이 듣기 좋은 음반이다.

눈은 일본 재즈계의 떠오르는 별이다. 실제 이름은 가와무라 가스미. 데뷔 후 5개월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이지만, 최근 재즈보컬 인기차트 3위까지 치솟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자신이 한국계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듯하다. 지난해 말부터 일본의 음악잡지들은 일제히 눈을 대서특필했지만 그 어디에도 그녀가 한국계라는 내용은 실려있지 않다.

〈문학수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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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너스의 담요.. 왠지 느낌이 좋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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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난 백수" 그러나 깜찍한 소녀

옥탑방에 사는 하릴없는 백수 소녀가 혹 외계에서 온 우주인은 아닐까. 이런 깜찍한 발상에서 출발한 이향우(35)씨의 만화'우주인'(길찾기.6천8백원)이 독자들 곁을 다시 찾는다.

2000년 흑백으로 출간됐던 단행본을 작가가 직접 색을 입혀 최근 다시 펴냈고, 이를 기념해 서울시내 두 군데 서점에서 작은 전시회도 열고 있다. 을지 리브로(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는 다음달 15일까지, 교보문고 강남점(지하철 2호선 강남역)은 다음달 29일까지다.





'우주인'은 백수 젊은이의 일상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스노우캣'같은 인터넷 만화와 궤를 같이하지만 시점은 다르다. 우주인일지도 모르는 주인공 소녀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술을 마시는 지구인의 일상을 외계의 관찰자처럼 지켜본다. 백수의 서글픔이나 애환 같은 감정을 직설적인 고백보다는 비내리는 날의 포장마차나 시내버스 내부 같은 풍경을 통해 전달한다.

채색을 입히면서 만화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주인공 소녀의 분홍색 파마머리처럼 만화 전체가 화려한 빛깔로 다시 태어나 키치적인 맛까지 낸다.

소녀에게 가족은 없어도 외롭지 않다. 종이상자째 버려진 것을 주워다 기르게 된 강아지 '눈탱', 수퍼마켓에서 마주쳐 친구가 된 검은 선글라스 소년 등이 모여 일종의 공동체를 이룬다. 옥탑방 앞마당에서, 선글라스 소년이 일하는 라이브클럽에서 곧잘 파티도 열린다. '우주인'은 가진 것은 없어도 음악이나 패션 같은, 시청각적 자극에는 풍부한 감성을 지닌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을 잘 반영한다.

화려한 색감의 '우주인'은 지난해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린 한국만화특별전과 LG동아 국제만화페스티벌 등 근래 열린 만화 관련 전시회의 단골손님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서점 전시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곧잘 모이는 라이브 술집인 '비틀비틀 클럽'의 바를 실제 크기로 옮긴 조형물을 비롯, '세상 밖으로 나온'만화의 입체적인 맛을 살려낸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http://news.joins.com/et/200402/04/200402041704140571a000a600a6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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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JAZZ 1월호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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