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난 백수" 그러나 깜찍한 소녀

옥탑방에 사는 하릴없는 백수 소녀가 혹 외계에서 온 우주인은 아닐까. 이런 깜찍한 발상에서 출발한 이향우(35)씨의 만화'우주인'(길찾기.6천8백원)이 독자들 곁을 다시 찾는다.

2000년 흑백으로 출간됐던 단행본을 작가가 직접 색을 입혀 최근 다시 펴냈고, 이를 기념해 서울시내 두 군데 서점에서 작은 전시회도 열고 있다. 을지 리브로(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는 다음달 15일까지, 교보문고 강남점(지하철 2호선 강남역)은 다음달 29일까지다.





'우주인'은 백수 젊은이의 일상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스노우캣'같은 인터넷 만화와 궤를 같이하지만 시점은 다르다. 우주인일지도 모르는 주인공 소녀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술을 마시는 지구인의 일상을 외계의 관찰자처럼 지켜본다. 백수의 서글픔이나 애환 같은 감정을 직설적인 고백보다는 비내리는 날의 포장마차나 시내버스 내부 같은 풍경을 통해 전달한다.

채색을 입히면서 만화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주인공 소녀의 분홍색 파마머리처럼 만화 전체가 화려한 빛깔로 다시 태어나 키치적인 맛까지 낸다.

소녀에게 가족은 없어도 외롭지 않다. 종이상자째 버려진 것을 주워다 기르게 된 강아지 '눈탱', 수퍼마켓에서 마주쳐 친구가 된 검은 선글라스 소년 등이 모여 일종의 공동체를 이룬다. 옥탑방 앞마당에서, 선글라스 소년이 일하는 라이브클럽에서 곧잘 파티도 열린다. '우주인'은 가진 것은 없어도 음악이나 패션 같은, 시청각적 자극에는 풍부한 감성을 지닌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을 잘 반영한다.

화려한 색감의 '우주인'은 지난해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린 한국만화특별전과 LG동아 국제만화페스티벌 등 근래 열린 만화 관련 전시회의 단골손님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서점 전시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곧잘 모이는 라이브 술집인 '비틀비틀 클럽'의 바를 실제 크기로 옮긴 조형물을 비롯, '세상 밖으로 나온'만화의 입체적인 맛을 살려낸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http://news.joins.com/et/200402/04/200402041704140571a000a600a6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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