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출신 만화가 말리
'도깨비신부' 단행본 3권출간
내달 만화잡지에 첫 연재도


 "한국 도깨비는 단순 무식한 마초다. 여자, 고기, 춤과 술, 사람 골탕먹이를 좋아한다. 나는 한국 도깨비를 굉장히 귀엽게 본다. 그래서 내 작품에서 도깨비는 여주인공 선비에게 항상 당하고 산다."

2년 전 만화 마니아들은 <도깨비 신부>라는 두 권의 단행본과 '말리'라는 필명을 쓰는 신인 작가에 매료됐다. 불행하게도 출판사가 순정만화 부문을 정리하면서 <도깨비 신부>도 갈 곳을 잃었다. 말리(31.사진)는 절망하지 않았다. 끊어졌던 부분을 이은 세 권의 단행본을 신생 허브출판사에서 이번 달 냄과 동시에 8월 창간하는 순정만화지 <허브>에서 <도깨비 신부>를 연재하게 됐다. 생애 첫 연재이기도 하다.

말리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6년 숙명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종합병원에서 약사로 일해왔다. 2002년 <도깨비 신부>로 데뷔하면서 안정된 직장을 때려 치고 만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전업 작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생활을 지탱할 만큼 수입이 안돼 파트 타임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종합병원서 야간당직을 하고 있다. 지금은 투잡족인 셈.

"대학 때부터 통신 동아리 등을 통해 만화가의 길에 관심을 가졌다. 졸업 후 각종 만화 공모전에서 네 번 떨어졌다. 2001년부턴 직장 생활하면서 집에 와서 조금씩 <도깨비 신부>를 준비했다."

<도깨비 신부>는 무당의 피를 이어받은 여주인공 선비가 귀신이나 도깨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면서 겪는 일을 그린 판타지 만화. 처음엔 그 능력 때문에 악귀에게 고난을 당하지만 터프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도깨비 광수에게 사랑을 받는다. 바닷가의 용신굿을 장대하게 연출하거나 각종 도깨비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부분에선 신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담하다.

말리는 일본 도깨비 오니와 한국 도깨비의 구분을 놓고 고심했다. 연구 결과 '이것이 한국 도깨비다'라고 할 만한 모습이 없었다고. 중국, 일본 도깨비와 많이 섞였기 때문인데 마초 같은 성격은 확실히 구분됐다. 그는 "이 나이에 해야 하는 저축 문제를 빼고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는 상태다. 두 번 점을 봤는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괘가 나왔다. 작품으로 인정받는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상용 기자 <enisei@ilgan.co.kr>

http://ilgan.joins.com/enter/200407/21/2004072110281181010700000705000705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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