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개봉 맞춰 한·일 동시 발매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 한국의 대표적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이병우가 음악감독을 맡은 영화 ‘장화, 홍련’의 O.S.T가 뒤늦게 발매됐다. 영화 팬들도 반갑겠지만, 오랜 가뭄에 약수 받아내듯 이병우의 새 음악을 기다려 온 팬들에겐 더없는 선물이다.
영화 ‘스캔들’의 음악으로 올해 상하이 국제영화제 음악상을 받은 이병우는 쏟아지는 영화음악 제의를 거절하느라 오히려 바쁘다. 자신의 레이블인 ‘무직도르프’의 청담동 스튜디오에서 매일 밤낮을 바꿔 생활하는 그는 ‘장화, 홍련’이 일본에서 개봉하게 되면서 일본측의 제의를 받아 뒤늦게 O.S.T를 양국 동시 발매했다. 이 영화를 만든 김지운 감독과 오랜 친구 사이인 이병우는 ‘쓰리’란 옴니버스 영화 중 김 감독 작품 ‘메모리즈’의 음악도 한 CD에
담았다.
공포 영화를 장식한 그의 음악들은 장조(長調)에서도 슬프고 축축하다. 이병우의 클래식 기타에 이어 바이올린 한 대가 낡은 마룻바닥처럼 삐걱대다가 여러 대가 함께 울부짖는 대목에선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조차 영화 장면을 상상케 한다.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아름다운 선율은 영화를 비장하고 숙연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역시 김지운 감독의 단편 ‘메모리즈’를 위해 만든 음악들은 ‘장화, 홍련’과는 정반대의 차갑고 날카로운 일렉트릭 사운드들이다. 이병우가 그간 라이브에서 간혹 들려주었던 일렉트릭 기타의 실험적 굉음에 피아니스트 신이경의 사색적인 연주와 잔뜩 왜곡된 컴퓨터 사운드가 얹혀, 신경강박증적인 작품 하나를 완성했다.
(한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