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문, 가장 애착이 가요”


황미나 대표작 연재 10년만에 12권으로 복간

‘한국 순정만화계의 대모’로 불리는 중견만화가 황미나(43)씨의 대표작 〈레드문〉(애니북스 펴냄·각 8500원)이 전 12권으로 복간됐다. 〈레드문〉은 1994년부터 98년까지 5년간 만화잡지 〈댕기〉와 〈윙크〉에 연재된 대작으로, 이번에 잡지 연재 10년 만에 복간작업이 이뤄졌다. 공상과학 판타지물인 이 작품은 외계생명체와 지구인 간의 전쟁과 사랑을 바탕으로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장대한 휴머니즘을 그렸다고 평가받으며, 99년 문화관광부가 뽑은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됐고 온라인게임으로도 만들어졌다. 〈레드문〉은 시그너스별의 구원자인 ‘태양’ 필라르가 지구의 평범한 고등학생 윤태영의 육체 속에 봉인돼 있다가 자아를 각성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필라르는 자신을 죽이려는 동생 아즐라와 화해한 뒤 시그너스를 유린하는 적 아길라스를 물리치고 자기희생을 통해 시그너스를 구한다.

“저한테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연재 시작 전에 건강이 상당히 안 좋아져 앞으로는 만화를 그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작 같은 기분으로 시작했지요. 캐릭터의 성격 설정이나 상황 해결방법이라든지, ‘내’가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연재 당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들을 세월이 너무 흐르기 전에 새롭게 손질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실제로 그는 복간작업 중에 여러 부분을 추가로 그려넣었으나 원 작품이 주는 감동이 반감되는 것 같아 윤태영의 비행기 추락사 부분, 반군 여전사 루나편 등 두가지 내용만 삽입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마지막에 필라르의 피가 시그너스를 소생시키는 장면 등 중요한 대목에선 컬러를 새로 입혀 사실적인 느낌을 살렸다.

1980년에 〈이오니아의 푸른 별〉로 데뷔한 황씨는 20년 넘게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순정만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순정만화의 틀을 깨고 무협물, 공상과학물, 액션물 등으로 지평을 넓혀 남성 독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았다. 최근 들어 작품을 발표할 지면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하는 황씨는 조만간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를 담은 새 신문 연재만화를 준비중이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04/2004/02/0091000042004022622511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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