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성 이야기 또하나의 문화 8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 또하나의문화 / 199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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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옛날 우리 엄마들은 피임을 하지 않고 아이가 생기면 약을 먹고 지웠다고 한다. 때로는 수술을 하기도 했을테고. 더 옛날엔 약도 없었으니 그냥 낳았겠지. 왜 여자들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 성관계에서 여성은 항상 수동적인 자세를 가져야만 하는 건지 참 안타깝다. 게다가 포르노에서 그려지는 여자의 모습이나, 직장이든 학교든 어디서나 당하게 되는 성차별이나 성추행, 또 술자리에서 듣게 되는 음란가요들, 이렇게 여성을 비하하는 일들이 세상엔 널려있다. 여자도 그저 한 인간일 뿐인데 어째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비록 요즘은 옛날보다 훨씬 평등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성관계에서 주인이 되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성폭행을 당해도 몸과 마음의 상처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없는 세상이니까.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는 이런 차별과 상처없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세상이란 게 그리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니고, 나 또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아이가 크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성교육에 대해서도 걱정이다. 내가 자랄 땐 집에서는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이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꽤 도움을 받았다고는 생각하지만 실제로 부딪혔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다. 가끔은 나도 성차별적인 말을 할 때가 있으니까. '남자가 그러면 못써'라던가...

꽁트 '그 남자가 절망한 이유'는 허탈한 웃음이 나고 '살려주세요!'는 슬프다. 딸이지만 태어날 수 있었던 걸 감사드리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리고 생리를 남성이 할 경우, 지금과의 정 반대인 상황에 관한 재미있는 상상인 '이런 이야기는 어때?'도 유쾌하지만 씁쓸한 느낌을 준다. TV나 영화나 노래에서 제일 많이 다루는 것은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란 꿈처럼 달콤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헤어짐을 노래하는 애절한 발라드처럼 슬픈 것도 아니다. 그것은 현실이고 때로는 싸워야하며,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말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저 사랑하니까 모든 걸 희생해야 한다거나 상대방의 의견에 따르기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긴 이런 사람이 요즘에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성에 대해서 이런저런 고민도 하게 되고, 또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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