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 / 시대의창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세상은, 지식인에게 있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는 일'에 대해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양심과 용기를 발휘해 두주먹 불끈 쥐고 떨쳐 일어날 결의를 다잡지 않으면 안되는, 비상식의 세상이므로,

촘스키의 '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는 것 뿐이다'의 한마디가 가지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나는 이 몸 하나 불살라 나락으로 떨어진 세계를 구해내겠어'라는 말과 똑같은 무게로 들린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지만, 허세도 과장도 아니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미칠듯이 돌아가는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를 미국과 영국의 악랄한 세계제패의 음모로, 무소불위의 권위를 획득한 세계자본주의의 횡포로 명료히 규정하는 촘스키의 해석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정확하고 유력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권력을 옹호하고 권력에 기생하고 나아가 스스로가 권력이 되는 '언론'에 대한 경계와 지적은, 안티 조선일보 운동과 언론개혁의 화두로 첨예한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행동 동기를 유발해 줄 것으로 보인다.

촘스키는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대중의 조직된 힘'이라고 이야기 한다. 언론개혁 뿐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부리는 흑마술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깨닫고 바꾸려는 '대중의 의지'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너무도 막연하게 들리는 대안이지만, 또한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한 대안이며, 역사적으로도 유일무이한 대안임에 틀림없다. 무력감이나 패배감이 유일한 대안을 경시하게 만드는 원인일 뿐이다.

나는 촘스키가 언론학자로서 얼마나 훌륭한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단지 그가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점에서 크게 감동받았다. 그러나 정작 촘스키 본인은 '잠시라도 세상일을 잊고 언어학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정치투쟁은 거짓말을 폭로하고 그에 관련된 주역과 꼭둑각시를 구별해 내는 일'일 뿐이지 '진정한 의미에서 지적인 활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촘스키가 누구보다 더 행동하는 지성으로 살아가는 까닭은, 두뇌가 관장하는 '지적인 활동'보다 심장이 관장하는 '양심적 행동'이 더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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