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지승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인터뷰'라고 해서 나는 섣부르게도, 단숨에 읽고 덮어버릴 책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고, 내가 읽은 얼마 안되는 책 중에 '꽤 시간과 공을 들여 읽은 책'이 되었다.

나는 속독을 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그 나쁜점에 대해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데, 가장 싫은건 읽고나서 내용이 생각 안난다는 것이다. 읽지 않으니만 못한 짓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책이 속독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도 '행간'이 읽히지 않으면 속독되고, 아무리 쉽고 간단한 책이라도 '행간'이 읽히기 시작하면 엿가락처럼 늘여가며 읽게 되기 마련이다.

인터뷰 글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가 개입할 공간이 굉장히 많다는 데 있는 것 같다. 행간을 읽는 수준을 떠나서 스스로가 인터뷰어의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가상경험이랄까. 읽는 행위와 대화 행위는 지적으로나 감각적으로 전혀 다른 상황에 해당하므로, 두 경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상황이란 생각보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상황임에 틀림 없다.

등장하는 인터뷰 대상들에 대한 평소의 관심이 처음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였으므로, 내용에 대한 감상도 각별하달만 하다. 단, 반복되는 질문 항목이 좀 거슬렸는데, 예를들어 '노무현씨의 당선에 대해 어떤 감정입니까?'등. 물론 나라도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긴 하지만, 비슷한 대답이 나올 거라는 예상이 있었다면 질문의 각도를 바꿔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다른 질문에 함축시키는 방법은 없었을까.

어쨌든 <세상을 바꾸는 아티스트>는 내게 인터뷰의 매력을 가르쳐 준 최초의 책이 되었다. 인터뷰란 오래 전 부터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신선하다. 인터뷰에서 말과 문자는 인간의 소통을 위해서만 존재하던 시절의 천진함과 가벼움을 드러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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