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바이블 -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가 털어놓는 모든 것 좋은집 시리즈
조남호 외 지음 / 마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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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겨 있는 `집짓기`의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집짓기를 준비하는 과정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읽고 나니 포스트잇이 덕지덕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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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김치 백가지
한복려 지음 / 현암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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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김치의 국제어 표기에 대한 문제로 '김치'냐 '기무치'냐를 놓고 한,일이 가볍게 분쟁했던 사건이 있었다. 결과는 당연히 '김치'가 국제적으로 올바른 표기이고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단락되었다. 생각해보면 '김치'가 '김치'로 불리우는 당연한 결과를 위해 싸워야만 했던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김치'아닌 '기무치'로 세계시장을 뒤덮은 일본의 상업적 저력에 가증스러움을 느끼기 전에 어느새 세계인의 입맛을 장악해들어가고 있는 '김치'의 주인으로서 존경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스스로 반성을 요구할 일이 아니었을까.

나는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유학생이다. 처음 일본에 와서 나는 일본사람들의 '기무치'에 대한 애정과 선호도, 그리고 경외심에 놀랐다. 그러나 더욱 놀란것은 그들이 그렇게 '다이쓰끼(너무좋아!)'를 외치면서 감격적으로 먹고 있는 '기무치'의 정체였다.

'절임'의 과정이 놀랍도록 축소되거나 생략된, '젓갈'의 사용이 극도로 자제된, 자신들의 입맛에 맛게 '단맛'을 강화한 그것은 '김치'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기무치'는 한국토산음식 '김치'를 흉내낸 쯔께모노(일본 전통 밑반찬인 '절임'의 총칭)의 한 종류일 뿐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조악하게 김치를 흉내내고 게다가 그 흉내의 결과를 세계시장에 팔아먹은 일본인들에게 화를 낼 생각은 없다. 아니, 화를 낼 일도 아니다. 우리 음식이라고 해서 세계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맛과 내용을 가지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중국음식 아닌 중국음식 '짜장면'이 있지 않은가. 오히려 그런 말도안되는 김치를 그토록 맛있어 하고 귀해하면서 먹고 있는 일본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들이 제대로된 김치를 일부러 왜곡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김치가 무엇인지 모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인테넷을 통해 만난 한권의 김치에 대한 백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김치 백가지>. 워낙 요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늘 출판되는 요리책을 주의깊에 보고 있었지만, 유학을 온 이후로 특히 한국음식에 대한 문화적 관심도 커져 있던 차였다. 김치라는 단 하나의 주제로 만들어진 이 책은 이제까지 만나왔던 요리책과는 엄연히 다른 경계를 지닌 것이었다. 다른 요리책과 다름없이 조리법과 요리의 사진, 코멘트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것은 '이거 한 번 만들어봐라. 요리가 서툰 당신도 할 수 있다'류의 실험지침서가 아니었다. 정보였다. 지식이었다. 그리고 김치에 대한 존경이었다.

하나의 문화로서 음식을 대할 때,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 밥상위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인의 식탁위에서 올려져 진미로 대접받는 시대가 오고 있을 때, 아무런 애정도 존경도 없는 젓가락질은 자부심 없이 생각없이 우리 문화를 방치하는 일에 다름아닐 것이다. 사랑과 존경에서 시작되는 '김치'에 대한 앎, '김치'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필요하다. 세계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김치를 맛보여주는 일은 제대로 된 김치의 맛을 알고 있는 우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치는 맛 뿐 아니라 영양적으로도 조리과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뛰어난 음식문화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에서 소개한 맛깔스러운 김치를 보고, 읽고, 만들어보면서 나는 새삼스럽게 김치에 대한 존경을 가져보았다. 레시피 뿐 아니라 김치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접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앞으로 김치를 새롭게 보고 아끼는 사람들이 더 많은 좋은 책을 만들어 낼거라고 생각한다. 그 책들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백가지 김치가 담긴 이 책의 그래도 아쉬웠던 부분을 메꿔준다.

김치에 대한 애정과 존경, 그것은 김치와 함께 빨갛게 익어 온 우리 문화와 우리 자신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그 사랑이 시작되고 멈추지 않는 한, 일본사람들이 진정한 김치를 맛볼 날이, 유럽에서 미국에서 호밀빵에 김치를 얹어 먹으며 즐거워 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만날 날이 바로 내일의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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