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사를 하느라 배편으로 부친 책들이 근 한달만에 도착했다.
박스를 열어서 책을 꺼내 책장에 정리하려 하는데, 아마도 책들이 화물칸 속에서 꽝꽝 얼었었나보다. 배가 좀처럼 뜨지 않아 창고에서 오래 방치되었기도 하여 영하의 날씨에 얼었을 법도 하다.
책을 꺼내는데 표면에 금새 이슬이 맺힌다. 책은 꽝꽝 언 동태같이 차갑다.
행주로 책 표면을 닦아내고 책꽃이에 종류별로 넣는데, 비닐코팅된 표지에는 유독 이슬이 많이 맺히고, 그렇지 않은 책 표지는 외려 물기를 다 먹어버린 것 같아 더 걱정이다.
꼼꼼히 닦아서 넣는데도 얼마 안있어 꽃아둔 책에 또 이슬이 맺힌다. 어지간히 차가운 온도로 얼었던었는지 짐작이 간다.
하룻밤이 지나고, 책을 꺼내보려 하니 두세권이 함께 뽑힌다. 또 물기가 생겨서 표지가 서로 붙어버린 것이다. 행주를 가져다가 다시한 번 책들을 뽑아보면서 습기가 묻어있는 책 표면을 닦아냈다.
한두권도 아니고, 열 몇권도 아니고, 몇백권의 책을...
내 수고로움도 그렇지마는, 책들이 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곰팡이가 피지 않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