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MBTI 테마소설집 1
정대건 외 지음 / 읻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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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와 소설은 동의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16가지 인간 유형론 MBTI와 인간을 탐구하는 예술적 형식 소설은 같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MBTI 소설집' 기획을 보고 기뻤다. 작품집을 읽고 더 기뻤다. MBTI의 과학적 근거나 호불호를 떠나, 일단 재미있다.


그토록 재미있게 이 소설집을 읽는 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 이 책 안에 답이 있다.


4가지 혈액형 유형론에 갇혀 있던 인간들을 무려 16가지나 되는 선택지로 탁 트인 세계로 인도한 MBTI는 결국 유행할 수밖에 없다. 인간인 우리는 나 바깥의 존재인 타인을 궁금해하고 두려워하며 알고 싶고 알기 싫고 사랑하고 증오하며 밀어내고 가까워지고자 애쓰는 존재니까. 나는 너를 알고 싶다. 나는 나도 알고 싶다. 나는 이런 사람인데, 너는 어떤 사람이니?


여섯 가지의 MBTI 유형을 각각 한 편씩 다룬 단편소설 대부분이 연애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데, 연애야말로 타자를 향한 끌림과 떨림을 가장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대건 작가의 <디나이얼 인티제>에서 소개팅 자리에 MBTI를 묻고 궁합을 따지는 장면은 이 시대의 클리셰가 될 법하다. 이유리 작가의 <그때는 그때 가서>는 전형적인 엔프피 주인공이 정반대 유형으로 추측되는 남자친구와 이별하며 겪는 과정의 핵에도 엠비티아이, 아니 '성격 차이'가 두드러지게 묘사된다. 연애 사업을 넘어 서고운 작가의 <도도의 단추>에서 등장하는 커플 매칭 회사 데이터로 기본 제공되는 엠비티아이, 이서수 작가의 <알고 싶은 마음>은 취업 면접에까지 침입한 엠비티아이의 존재감을 확고하게 보여 준다. 이제 MBTI는 하나의 견고한 세계관이 되어 버렸을까?


-153쪽, 우리는 의외로 자신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어떤 계기로 그걸 깨달으면 깜짝 놀라고 마는 것이다.

이서수, <알고 싶은 마음>,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읻다


김화진 작가의 <나 여기 있어>속 주인공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묻고 답하고 묻고 답하며 존재를 확인하는 작업은 MBTI라는 세계를 소설로 풀어 써서 보여 준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잘 모른다. 그래서 알고 싶다. 조금이라도 너를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을 궁금해 하는 인간이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다. 그래서 소설을 쓴다. MBTI 검사를 받고 서로의 유형을 궁금해 하며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 제 MBTI는 어떤 것이라 하면....




운명적인 끌림을 느끼며(?) 이서수 작가님 단편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답니다?ㅋ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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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 - 볼라뇨 20주기 특별합본판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송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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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권짜리로 먼저 읽었기에 보자마자 주문한 내 인생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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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 1
정보라 지음 / 읻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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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의 초기작 [호]는 순식간에 읽힌다. 이야기가 쉽거나 단순하다는 말이 아니다. 여우에 홀리듯 이야기에 홀려 읽게 된다. 사람을 홀리는 여우 이야기의 현대 소설판, 이야기의 속도감과 사건이 휘몰아치는 구성 등이 웹소설 느낌이 난다 했더니, 2008년 디지털문학상 수상작이다. 웹소설의 원조격이라 하면 될까.


줄거리는 예상 가능하다. 여우 지은에게 홀린 주인공 기준은 그녀와 결혼까지 결심한 순간 할머니의 방해로 헤어지고 여우와 함께했던 기억을 잃는다. 할머니가 뇌졸증으로 쓰러지고 기준은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여우와 재회하나 그에겐 여우와 함께했던 기억이 없는데...(더 보기)


결국 기준과 지은은 영원히 헤어지고 그는 혼자 남게 된다. 이뤄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라고 평할 수 있겠으나, 나는 이 소설이 매혹과 몰입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주인공은 지은에게 몰입했던 경험을 비록 기억하진 못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와 보냈던 시간의 기억을 나는 대부분 잃었지만, 그 맹목적인 몰입이 주던 행복감은 기억한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이 그립다.(205쪽)


지은을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 기준은 적당히 중간 정도 가는 삶을 살아 왔던 인물이었다. 어느 날 버스 추락 사고에서 지은과 만난 기준의 인생은 완전히 바뀐다. 한 사람에게 온전히 몰입한다는 경험은 귀하다. 물론 지나친 몰입은 삶을 망가뜨릴 수 있다. 할머니로 대표되는 어른의 지혜가 그것이다. 몰입의 경험은 귀하지만 선을 넘지 말 것. 여우와 개(할머니)의 대립과 싸움과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고 기준은 지은을 잃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나는, 주어진 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207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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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기담 : 매운맛 여름기담
백민석 외 지음 / 읻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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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기담-매운맛]을 받아들면 처음 드는 생각은, 표지 디자인이 대단하다!


펼쳐들고 읽다 보면, 이게 '매운맛'이라고..?


첫 작품 백민석의 <나는 나무다>, 시작부터 '나는 나무다. 사람들이 내 발밑에 와서 시체를 묻고 간다.'로 강렬하게 시작되는 이야기. 수많은 시체를 발 아래, 아니 뿌리 아래 두고 있는 오래된 나무의 서늘한 시점은 서술의 직접적인 측면에서 가장 원초적인 공포를 유발하는 단편이다.


한은형의 <절담>, 과거 구천사의 암매암에서 화자인 내가 '본'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내 기억을 확신할 수 있는가? 가장 난해한 작품.


성해령의 <마구간에서 하룻밤>, 마굿간을 별장으로 개조한 곳에서 지내는 주인공 문진은 친구 순연의 방문과, 팔려고 내놓은 별장을 보러 왔다며 찾아온 노부부의 방문으로 혼란에 빠진다. 저들은 왜 주인인 나를 은연중에 무시하며 이곳을 제집마냥 지내고 있는가? 이야기의 끝에 가면 어떤 깨달음이 온다. 뒷맛이 좋지 않은.


성해나 <아미고>, AI가 일상이 된 세계 속 로봇이 액션배우 자리를 차지하고 유일한 인간 액션 배우로 남은 나, 그런 나에게 로봇은 위험한 스턴트 액션을 대신 받아내며 마지막 말을 남긴다. '당신은...무사할 거야, 아미고.' 그 로봇은 왜 그런 말을 인간인 내게 남겼을까?


이게 왜 매운맛이지? 의아한 상태로 계속해서 읽다 보면 서서히 올라온다. 혀끝이 마비되며 끈질기게 불편한 아린 뒷맛이 느껴진다. 이 이야기들은 천천히 음미하며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어야 그 매운맛을 느낄 수 있다. 캡사이신의 불타는 매운맛이 아닌 혀를 굳게 하는 아린 매운맛.


공포는 현실에, 이 사회에, 소설의 바깥에 있다. 우리는 어쩌면 그 같은 진짜 공포에서 도망치기 위해 책에서, 영화에서 공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름기담-매운맛] 41쪽


위의 말대로 우리는 현실의 매운맛을 잊기 위해 이런 [여름 기담]과 같은 이야기들로 가끔씩 혀를 마비시켜 놓는 것이 필요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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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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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 특유의 믿을 수 없는 화자를 감안하고 읽다 보면, 프닌을 희화화하는 태도의 문제점을 자각하게 된다, 반전이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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