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션 1
정보라 지음 / 읻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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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의 초기작 [호]는 순식간에 읽힌다. 이야기가 쉽거나 단순하다는 말이 아니다. 여우에 홀리듯 이야기에 홀려 읽게 된다. 사람을 홀리는 여우 이야기의 현대 소설판, 이야기의 속도감과 사건이 휘몰아치는 구성 등이 웹소설 느낌이 난다 했더니, 2008년 디지털문학상 수상작이다. 웹소설의 원조격이라 하면 될까.


줄거리는 예상 가능하다. 여우 지은에게 홀린 주인공 기준은 그녀와 결혼까지 결심한 순간 할머니의 방해로 헤어지고 여우와 함께했던 기억을 잃는다. 할머니가 뇌졸증으로 쓰러지고 기준은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여우와 재회하나 그에겐 여우와 함께했던 기억이 없는데...(더 보기)


결국 기준과 지은은 영원히 헤어지고 그는 혼자 남게 된다. 이뤄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라고 평할 수 있겠으나, 나는 이 소설이 매혹과 몰입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주인공은 지은에게 몰입했던 경험을 비록 기억하진 못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와 보냈던 시간의 기억을 나는 대부분 잃었지만, 그 맹목적인 몰입이 주던 행복감은 기억한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이 그립다.(205쪽)


지은을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 기준은 적당히 중간 정도 가는 삶을 살아 왔던 인물이었다. 어느 날 버스 추락 사고에서 지은과 만난 기준의 인생은 완전히 바뀐다. 한 사람에게 온전히 몰입한다는 경험은 귀하다. 물론 지나친 몰입은 삶을 망가뜨릴 수 있다. 할머니로 대표되는 어른의 지혜가 그것이다. 몰입의 경험은 귀하지만 선을 넘지 말 것. 여우와 개(할머니)의 대립과 싸움과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고 기준은 지은을 잃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나는, 주어진 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207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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