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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시간술 - 적게 일하고 제대로 쉬는 기술
가바사와 시온 지음, 정지영 옮김 / 리더스북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면서도 이런 책들을 찾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삶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다시 한번 일어 설 계기를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뻔한 이야기군!' 하며 책장을 덮기에는 오랜만에 내 마음에 들어온 녹색불이 눈에 밟힌다. 나는 최근 한 달간 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늦은 밤까지 야근하다가 막차를 겨우 타고 집에 돌아온 뒤 그대로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했다. (162쪽) 책 한 줄 읽을 시간도 없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짜증만 낼 뿐이었다. 몸은 지치고 머리는 멍해져서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왜 누가 더 잘 참는지 경쟁하는 듯한 인생을 살았던 걸까.'(49쪽)
이 책은 시간 관리를 통해 인생을 더 알차고 즐겁게 사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른바 집중력을 활용한 시간 관리법이다. 요약하자면, 하루 중 집중력이 가장 높은 시기는 기상 후 2~3시간이 지난 아침 시간대이며, 이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후 시간대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들을 배치하면 된다. 사람의 집중력은 15분, 45분, 길게는 90분을 넘지 못하므로 그 사이사이 재충전할 수 있는 산책이나 대화, 짧은 수면이 필요하다. 1시간 정도의 유산소운동은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끝으로 이렇게 낮 동안 효율적이고 알차게 일한 후에는 저녁에는 가족과 나 자신을 위해 보내야 한다.
참 아름다운 삶이다. 나 또한 꿈꾸는 삶이기도 하고. 아마 일과 삶의 균형을 꿈꾸는 이 시대 20~40대의 청장년들 모두 바라는 바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시간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가 원할 때 퇴근할 수 없다면 그 신묘한 기술을 몇 백번을 부려도 내 삶은 더욱 더 고단해질 뿐이다. 간혹 누군가만 해내는 '신'의 시간술이 아니라 '인간'의 시간술이 되려면 고위직에 앉아 있는 어르신들의 생각이 바뀌고 나아가 사회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신통한 시간술로 얻을 수 있는 '저녁 있는 삶'이 '신'과 같은 몇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나머지 장삼이사들의 삶은 어쩌란 말인가. 휴. 이제 조금 회사 일로부터 한숨을 돌리게 된 지금, 나도 2018년의 남은 며칠들은 꼭 이렇게 보내고 싶다. 어렵더라도 내년 이맘때까지만이라도 이 마음과 이 평화를 잃고 싶지 않다.
p.s. 하지만 이런 책들의 저자들은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집필'을 한다고? 일 년에 한 권 내던 책을 다섯 권이나 내게 됐으니 생산성이 몇 배 높아진 거라고? 환자들과 씨름하지 않으며 오전에 책 쓰고 저녁에 영화 보는 삶을 살게 된 것은 당신의 결단이기도 하지만, 그런 삶을 꿈꾸는 갑남을녀들이 당신의 책을 많이 사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디 당신의 성취에 취해 '나는 말이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당신도 우리가 찾아서 불러주기 전에는 이름 없는 꽃에 불과하였다.
집중력이 높은 시간은 기상 후 2, 3시간, 휴식한 직후, 퇴근전의 시간대, 마감 전날 등인데, 그렇게 집중력이 자연히 높아지는 시간대에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면 된다. 어떤 시간대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집중력을 가미해서 일의 계획을 세우기만 해도 업무 효율은 2배, 아니 그 이상 달라질 것이다. 집중 업무와 비집중 업무를 직소 퍼즐처럼 각기 알맞은 시간대에 끼워 넣기만해도 업무가 눈에 띄게 효율화되고 시간이 창출된다. 이것이 시간의 직소 퍼즐 이론이다. _26쪽
미국인들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 그깨달음을 얻은 순간 내 머릿속의 회로가 완전히 전환됐다. 어째서 나는 누가 더 잘 참는지 경쟁하는 듯한 인생을 보냈던 걸까. 좀 더 자유로운 시간을 확보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답게 살아가자! _ 49쪽
"기상 후 2, 3시간, 뇌의 골든타임을활용하자"고 해도 사실 직장인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난 다음 세수하고, 몸을 단장하고, 아침 식사를 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리고, 출근하는 데 1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회사에 도착할 무렵에는 뇌의 골든타임이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빨리 일어나는 방법밖에 없다. 빨리 일어나서 출퇴근 러시가 시작되기 전에 전철에 탄다. 전철 좌석에 앉아 편안히 독서를 하고, 회사 근처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자신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_ 111쪽
낮에는 척척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것이 가장 건강하게 일하는 방식이다. 즉 하루 동안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늦은 밤까지 야근하다가 막차를 겨우타고 집에 돌아온 뒤 바로 목욕과 식사를 끝내고 그대로 이불로직행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이 가장 건강에 나쁜 생활 습관이다. 쉴 틈도 숨 돌릴 틈도 없다. _ 162쪽
일에 중독되어 "나는 일하는 게 가장 좋으니까 쉬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개 병에 걸린다. 자유 시간을 일하는데 돌리면 업무 시간이 끝없이 늘어난다. 만약 ‘좀 더 일하고 싶다, 업무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 좀 더 수입을 늘리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업무 효율을 올리기 바란다. _ 215쪽
지금 작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행복해지지 않는다. 행복감이 0인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행복감 100을 느낄수는 없다. 작은 행복이라도 좋으니 그 행복감을 지금 느낄 수 있는가? 오늘 느낄 수 있는가? 그것이 중요하다. 즐기는 일이 바로 인생이다. 지금 참는 사람은 평생 계속 참을뿐이다. 여러분이 자유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즐기는 데 우선적으로 할애하기 바란다. 그것도 TV나 게임같은 표면적인 잠깐의 즐거움이 아니라 진심으로 즐겁다고 느끼는 활동에 자신의 정말 귀중한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_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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