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김지연 옮김 / 가나출판사 / 2020년 4월
평점 :
얼마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달리기의 매력을 새삼 느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미 차를 타는 것에 맛을 들인 몸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이제 다시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역시나 달리기 예찬론이다. 업무 스트레스로 심신이 모두 지쳤던 지은이가 우연히 시작한 달리기로 인해 삶이 변화되는 이야기다. 무라카미 책 보다 더 노골적인 '달리기 예찬론'이고, 좀 더 현실적인 경험담이다.
사실 난 운동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 운동신경이 없다. 초등학생 때 100미터 달리기 시험을 볼 때가 생각난다. 나름대로 사력을 다해 뛰었는데도, 뭇 여자아이들보다 기록이 더 느리다는 이유로 혼이 났다. '너 장난할래?'라고 하셨던 것 같다. 진짜 장난 아닌데···. 군대에서 유격 훈련할 때도 그렇다. 정말 최선을 다해 PT체조를 따라 했지만, 설렁설렁한다고 대번에 열외조에 섞였다. 내 맘대로 잘 되지 않으니 운동은 의무적으로 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제 점점 살이 찌고, 건강을 걱정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지은이가 말하는 '달리기 예찬'에 자꾸 귀가 열린다. 무라카미도 매력을 느꼈다고 하고, 그렇게 좋다고들 하니···. 진짜 한 번 달려봐야 하나?
< 업무나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보잘것없는 일상에서도 점처럼 단편적으로 끝나버리는 일은 흔하디흔하다. '중단'은 시작도 하지 않은 백지상태와는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무언가로 연결되지도 축적되지도 않는다. 단지 그 일을 해봤다는 자기만족만 남을 뿐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성과를 얻고 싶다면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관계가 깊어지고, 넓이가 확대되며, 깊이가 깊어질 수 있도록 생각하는 게 좋다. 거듭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_ 31쪽 >
하긴, 그동안 내가 성과를 보지 못했던 것은 항상 작심삼일로 끝나곤 했기 때문이다. 꾸준히 하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고, 그런 나를 합리화했다. 항상 모든 일이 '점'처럼 남는다. 자격증 공부며, 영어 회화며, 운동이며, PT며···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지은이는 거듭해서 노력하라고 한다. 그게 3년이다. 최소한 3년은 해야 한다고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자기에 맞는 페이스로 꾸준히 달리면 효과를 볼 수 있단다. 종국에는 무기력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며,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업무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질 거라고 한다. 정말입니까? 아멘.
이 책은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중간에 마주치는 필연적인 부상과 슬럼프 등 지은이가 느끼고 생각했던 바를 순서대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정말 같이 운동을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달리기 뿐만 아니라 인생관에 있어서도 깨달음을 주는 문장들이 많다. 또한, 각 1~2쪽 정도 짧은 꼭지가 연속되어 있어 천천히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챕터 1에 거의 모든 고갱이가 담겨 있어 나머지 챕터는 사족이나 부록처럼 느껴진다. 특히, 챕터 3의 대담은 '달리기 정말 좋은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류의 너스레들이라 굳이 읽지 않아도 무방할 정도다. 어쨌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과 함께 이 책은 나에게 '달리기교'를 전도하고 있다. 오늘부터 주 2회 1시간 이내로 5킬로미터 정도 달리는 것을 시작으로 해보면 어떨까···? 그럼, 이 글을 쓰고 달리러 나가야 한다···. 그런데 오후에 비예보가 있던데···신고 나갈 러닝화가 없는데···어젯밤에 잠을 설쳐서 피곤하긴 한데···. 에휴 믿음 약한 어린 양이여···! 믿습니까? 아, 아멘.
< 나는 부상에서 복귀한 뒤 한계를 느낄 때까지 달려보고나서 나에게 맞는 빈도와 페이스는 일주일에 세 번, 7킬로미터를 45분에 달리는 것임을 알았다. 다소 힘들어도 몸에 무리가 되지 않게 달릴 수 있는 정도였다. 3년 남짓 이 빈도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렸다. 3년쯤 지속하다 보면, 어느덧 힘도 안 들고 부담도 없이 이 주행거리와 시간을 지키면서 달릴 수 있게 된다. 일주일에 세 번이니까 업무와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건강하게 달릴 수 있다. 이처럼 달리기가 생활의 일부가 되면, 무기력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또 과거에 커다란 존재감을 자랑했던 스트레스가 나날이 움츠러드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땀이 줄줄 흐르고, 신진대사도 활발해진다. 기록이나 거리와는 별개로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을 맛보는 것도 달리기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달리기를 통해 심신이 건강해지고, 달리기에 알맞은 체형으로 바뀌면서 몸매에 균형이 잡힌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3년 정도는 시간을 투자하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_ 93쪽 >
물론 회사 상황이 달라진 건 아니어서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달리려면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한 시간쯤 걸리는데, 아무리 바빠도 매일매일 달렸다. 내 삶에서 달리기를 빼면 버텨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이른 아침이나 저녁녘에 어떻게든 시간을 짜냈다. - P21
뭔가 새로운 일을 계획할 때나 외출해야 할 때, 꼭 해야만 하는 일인데도 나중으로 미루거나 대충 때우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나 역시 매사가 순조롭게 시작되느냐 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일종의 용기가 필요하달까? 스스로 격려하면서 ‘에잇, 한번 붙어보자!‘하며 큰마음 먹고 첫걸음을 떼야 하는 일이 수두룩하다. 어찌 보면 귀찮다고 느끼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기에 원하는 목적을 이루려면 매번 귀차니즘과 전쟁을 벌여야만 한다.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 P26
한 가지 더 달리기를 통해서 최근에 깊이 깨달은 바가 있다. 매일이든 2, 3일에 한 번이든 일상적으로 내가 계속하는 것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 반드시 어떤 성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이는 보람이나 실감처럼 감각적으로 경험하기도 하고, 숫자처럼 객관적인 자료로 드러나기도 한다. 달리기뿐만 아니라 매일 하는 식사에서, 아주 사소한 업무에서, 아니면 인간관계에서도 날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점으로 끝내지 않고, 점과 점을 이어서 선을 만든다는 뜻이다. 한 번 하고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다음 기회를 만들어내서 조금씩이라도 이어가야만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낼 수 있다. - P30
무나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보잘것없는 일상에서도 점처럼 단편적으로 끝나버리는 일은 흔하디흔하다. ‘중단‘은 시작도 하지 않은 백지상태와는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무언가로 연결되지도 축적되지도 않는다. 단지 그 일을 해봤다는 자기만족만 남을 뿐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성과를 얻고 싶다면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관계가 깊어지고, 넓이가 확대되며, 깊이가 깊어질 수 있도록 생각하는 게 좋다. 거듭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 P31
한번 몸에 붙은 습관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 반복이야말로 힘이니까.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규칙을 만들고 이를 지킴으로써 달리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좋다. 인체는 참으로 신비로워서 하루를 쉬면 그다음 날은 시작하기가 갑절로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계속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면 곧바로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이건 진리다. - P33
실패라는 경험이 없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기에 그 시간은 절대로 무의미하지 않다. 그르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재어보고 가장 좋은 물건을 선택하는 게 현명한 행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배울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 P44
‘더 괜찮은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내 생각이 짧을 수도 있잖아.‘ 이렇게 생각하면서 남의 충고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순수한 사람들은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방법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이런 태도는 정말로 중요하다. - P61
현재의 내 모습을 바꾸고 싶다는 의지는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괜찮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윤활유가 된다. ‘자기 뜻을 관철한다‘라는 말이 하나의 미학처럼 들릴지 몰라도 나는 더 이상 거기에 동조할 수 없다. 나는 주변 상황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나를 바꿔가고 싶다. - P73
무엇이든 단기간에 손에 들어온 것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중략)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고 자기에게 맞는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노력하는 걸 적어도 3년은 이어가야 한다. 바꿔 말하면, 뭐든지 3년 이상 지속하지 않으면 결실을 얻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 P76
짜증을 부리고 펄펄 뛰며 화를 내는 행동은 사건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린다는 증거다.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믿는 마음, 그 한없는 순수함이 당신이 가야 할 길을 가르쳐준다. 또한 그렇게 순수한 당신을 보면서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리라는 믿음이 있으면, 일과 생활이 달라지고 마침내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 P78
이처럼 달리기가 생활의 일부가 되면, 무기력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또 과거에 커다란 존재감을 자랑했던 스트레스가 나날이 움츠러드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땀이 줄줄 흐르고, 신진대사도 활발해진다. 기록이나 거리와는 별개로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을 맛보는 것도 달리기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달리기를 통해 심신이 건강해지고, 달리기에 알맞은 체형으로 바뀌면서 몸매에 균형이 잡힌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3년 정도는 시간을 투자하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P93
자발적으로 계속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는 그 사람을 향한 주위의 평가, 즉 신뢰와 신용으로 이어진다.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고 늘 위험 요소만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큰 일을 맡기지 않는다. 중대한 일을 의논하려 들지도 않는다. 누구나 도전을 계속하는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실패를 겁내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잇따라 찾아온다. - P123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일을 시작하든 잔소리할 사람이 없지만, 남들보다 배 이상 자기관리에 힘쓰지 않으면 프리랜서로 먹고살기 힘들다. 금전 관리는 물론이고 업무 시간도 스스로 철저히 관리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어물어물하는 사이 일의 품질도 떨어지고 만다. 자유롭게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프리랜서에게는 허물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항상 일상을 돌아보고 시간을 어떻게 쪼개 써야 할지 고민하면서 바로잡으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프리랜서로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일상의 루틴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P184
나이를 먹어서 편해지는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요구사항만 늘어나는 통에 머리를 싸매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항상 힘써 갈고닦지 않으면, 냉혹한 현실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다들 저마다 한계점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하나라도 균형이 깨지면 곧바로 병원행이다.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한 줄타기이므로 심신이 나쁜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 이런 현실은 위인이고 일반인이고 똑같다. 달리기는 나이 들며 느끼는 이런 삶의 무게감을 견뎌내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내게 주었다. 50세부터의 인생에 달리기가 부여하는 은혜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 P236
|